“감자 그냥 가져가세요” 판로 막힌 강원도 농민의 속사정

2020-04-14 13



강원도는 코로나 19때문에 감자가 남아서 도지사가 나서서 팔기도 했죠.

그래도 다 못 판 감자를 농민이 무료로 가져가라고 쏟아놓았습니다.

주민들이 모두 가져가긴 했는데, 공짜로 가져가는 마음이 어둡습니다.

강경모 기자입니다.

[리포트]
길 한편에 감자가 수북히 쌓여 있고,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감자를 집어갑니다.

춘천의 한 감자 농가가 이웃들에게 무료로 가져가라고 내놓은 것들입니다.

박스 300개 분량, 무게 1톤 가까이 되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강경모 기자]
감자가 가득 쌓였던 공터는 하루도 안돼 이처럼 텅 비었습니다.

지난해 강원도 감자 농가는 유례없는 대풍으로 전년보다 40%이상 많은 19만 8천 톤의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문제는 수확량이 너무 많다보니 도매가격이 뚝 떨어졌다는 것.

팔리지 못한 감자는 창고에 방치됐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급식 등 판로가 막히자, 끝내 공짜로 나눠주는 일까지 벌어진 겁니다.

[이웃들에게 감자 나눠준 농민]
"(감자를 저장하기 위해서) 대규모 저장고가 있어야 하는데, 월세도 60만 원씩 나가요. 가지고 있어봐야 오히려 피해를 보니까 (내놓게 됐습니다.)"

공짜로 감자를 가져가는 이웃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인근 주민]
"너무 아깝게 생각하고요. 판매는 해봤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버리는 게 아니라 저장 창고에 있는 감자라서 못 먹는 게 아니니까…"

SNS에선 밤사이 주민들이 몰려 감자를 주워가는 사진이 화제가 됐고, 강원도가 감자 특판 행사를 다시 열어 농가를 도와달라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채널에이 뉴스 강경모입니다.

kkm@donga.com

영상취재: 김민석
영상편집: 최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