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딱 두장 줄 서고 기다려 공적 마스크를 사러 갔는데 누군가 이미 내 주민번호로 사갔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불안할까요.
요즘 이런 사건이 이어지는데 뾰족한 대책도 없는게 문젭니다.
박건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4년생인 이석진 군은 생년 끝자리에 따라 2주 연속 목요일 마다 약국을 찾았지만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주말을 맞아 이번에는 엄마와 함께 약국에 들어갑니다.
[현장음]
"(평일에 (마스크) 못 사서 사러 왔는데.) 주민번호 쫙 불러주세요. (판매) 안 되는데."
다른 약국도 찾아가 봤지만, 마스크 중복구매 시스템에선 구매할 수 없다는 안내가 나옵니다.
[현장음]
"어? ○○약국에서 목요일 날 구매하셔서 구매가 안 돼요."
이 군 명의로 목요일에 이미 누군가 마스크를 구매한 겁니다.
이 군이 마스크 사갔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약국은 이 군 집이 있는 경기 의정부에서 무려 50km 넘게 떨어진 인천 부평구에 있었습니다.
[이석진 / 명의도용 피해자]
"지금 끼고 있는 마스크를 한달반 째 쓰고 있어요. 마스크를 사야 하는데 누군가 사갔다고 생각하니까 화가 나고."
해당 약국은 명의가 도용된 이유를 모른다고 설명합니다.
[인천 ○○약국 관계자]
"남의 것 갖고 와서 명의도용을 했을 수 있고요. 또 약사들이 엄청 바쁘잖아요. 우리가 입력할 때 입력 오류가 굉장히 많아요."
경찰에 고소까지 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전신옥 / 명의도용 피해자 어머니]
"(경찰이) 이런 경우는 많다고, 전산 오류인 거 같다고. 접수만 해놓고 나중에 시간이 되면 그때 (수사하겠다.)"
식약처에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식약처 관계자]
"그건 주민등록증 도용이잖아요. 신고하면 경찰에서 수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스크 중복 구매를 확인하는 시스템만으로는 단순한 입력 실수인지, 의도적인 명의 도용인지 확인하기 어려워 피해를 본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박건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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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김찬우
영상편집 : 이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