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 발 묶인 한국인들…외출 땐 무장 군인 검문

2020-03-20 3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는 탈출조차 쉽지가 않습니다.

발이 묶인 우리 여행객들은 외출시엔 무장 군인의 검문까지 받아야 하는 살벌한 상황인데요.

수백만원을 주고도 타고 나올 비행기가 없어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서상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현지시각 오후 1시, 페루 현지 30대 교민 A 씨가 촬영한 수도 리마의 주택가입니다.

7년째 페루에 살고 있는 A씨가 식료품을 사려고 밖을 나서지만, 신호등 앞에서 무장을 한 군인이 멈춰 세웁니다.

"어디 가는 중인가요?"
"시장에 가고 있습니다"
"신분증 주세요"

2백명 넘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페루에선 이미 지난 17일 0시부터 국경이 봉쇄됐습니다.

병원과 식자재 유통 근무자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은 보름 동안 외출이 제한됩니다.

생필품과 의약품을 구입하거나 병원을 가려는 사람들만 집밖을 나갈 수 있습니다.

[A 씨 / 페루 교민]
"한국 같은 의료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는 곳이다 보니까 걸렸을 경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두려움이 있거든요."

오후 2시 리마의 한 전통시장.

정부 방침에 따라 시장은 다시 문을 열었지만 장사를 포기하는 상인이 더 많습니다.

[페루 상인]
"출근 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이동하는 이유를 매번 검문마다 설명 해야해요"

어둠이 내리고 매일 저녁 8시 사람들의 통행은 전면 금지됩니다.

주택가에는 코로나 19 극복을 바라는 주민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집니다.

갑작스런 국경 봉쇄로 페루에 있는 한국인 여행객 177명의 발은 아직도 묶여있습니다.

[페루 교민]
"1천만 원이 아니라 2천만 원이 있어도 항공권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국경이 폐쇄되기 직전인 지난 16일 오후 리마에서 미국 서부로 가는 항공편 가격은 8배 치솟았고, 한국으로 올 수 있었던 마지막 귀국편은 경유지인 멕시코시티에서 끊겼습니다.

페루를 빠져나가지 못한 여행객들은 SNS 등을 통해 각종 정보를 공유하면서 조금이나마 불편을 해소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서상희입니다.

with@donga.com
영상취재 : 김찬우
영상편집 : 이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