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치매 환자가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치료적 사법'이라는 개념을 적용해 구치소 수감 대신 치료를 받게 한 뒤 직접 병원으로 찾아가 선고를 내렸는데요.
중증 치매 환자에게는 처벌이 아닌 치료를 받게 하는 게 헌법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경국 기자입니다.
[기자]
평소 진료가 진행되던 작은 병실에 간이 법정이 꾸려졌습니다.
살인 혐의를 받는 68살 이 모 씨의 항소심 재판이 병원에서 열린 겁니다.
치매를 앓던 이 씨는 지난 2018년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수감됐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면회 온 딸에게 왜 아내와 함께 오지 않았느냐고 묻는 등 치매 증상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구속 재판을 고수할 경우, 치료의 기회를 다시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보석을 허가했습니다.
다만, 병원에만 머무르고, 매주 치료 상황 등을 보고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김선옥 / 국선변호인 : 보석 결정으로 신속히 치매에 관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담당 의사 소견으로는 치료를 통해 치매에 의한 공격적 성향이 많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다섯 달 뒤 이례적으로 병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검찰은 잔혹한 범행 수법 등을 고려해 징역 12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치매 전문병원으로 주거를 제한해 집행유예 기간 보호관찰과 치료를 받도록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중증의 치매 증상을 보여 교정시설에서 징역형을 집행하는 건 정당하단 평가를 받기 어렵다며, 계속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과 조화를 이룬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수진 / 서울고등법원 공보관 : 국내 최초로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범죄의 근원이 된 치매의 치료를 위해 치료적 사법을 적용한 사안입니다.]
해당 재판부는 앞서 금주 약속 등을 지킨 음주 운전자를 감형해주는 등 '치료적 사법' 활성화를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벌보다는 근본적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는 취지이지만, 실형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YTN 이경국[leekk042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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