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도시’ 탈출…우한에서 귀국까지 ‘무거운 침묵’

2020-01-31 4



바이러스 진원지에서 벗어나 오늘 전세기를 타고 고국 땅을 밟은 한 우한 교민은 “한국 하늘이 예뻤다”고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만큼 기쁘다는 거죠.

13시간의 귀국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더 감격이 컸다는데요.

그들이 담은 생생한 귀국 영상을 서상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해질녘, 교민들을 태운 차량이 우한 시내로 들어섭니다.

지난 23일 봉쇄령이 내려진 우한 거리는 인기척을 찾기 어렵습니다.

[A 씨 / 전세기 탑승 교민]
"정말 차가 없어요. 차가. 귀신 도시 같아요."

오후 8시 40분,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 집결지점.

교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버스에 올라 띄엄띄엄 앉습니다.

인원수를 점검할 때도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혹시 모를 감염을 막으려고 이동 중에 가급적 말을 하지 않기로 교민들이 SNS 단체대화방에서 약속을 한 겁니다.

다시 공항으로 향하는 길 오가는 차 없는 텅빈 도로에 구급차 한 대가 스쳐갑니다.

드디어 우한 텐허공항 방호복으로 온몸을 감싼 버스기사가 짐을 꺼냅니다.

탑승할 때까지 유일한 먹거리인 생수와 과자가 전달됩니다.

상점마저 모두 문을 닫은 적막한 공항에서, 교민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무거운 침묵 속에 탑승 수속을 기다립니다.

본격적인 검역 절차가 시작된 건 새벽 3시쯤 노란 방호복을 입은 중국 측 관계자들이 신원을 확인하고,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한 교민들의 체온 측정과 수하물 검사를 합니다.

전세기에 오르기 직전.

이번엔 우리 정부 관계자의 검역이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썼던 마스크는 모두 버리고, 새 마스크로 갈아 씁니다.

오전 4시 40분.

전세기에서 교민들을 맞이하는 사람은 방호복을 입은 승무원들입니다.

[전세기 승무원]
"반갑습니다. 탑승 번호로 들어가십시오"

교민들은 승무원이 안내해준 자리에 마스크를 쓴 채로 앉아서 비행기가 뜨길 기다립니다.

우한에서 이륙한 지 2시간 만에 전세기는 김포공항에 내려 앉았습니다.

[B 씨 / 전세기 탑승 교민]
"굉장히 감격스러웠고요. 하늘이 예뻤습니다.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우한 집에서 김포공항까지의 13시간의 여정.

침묵 속에 맘 졸인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채널A 뉴스 서상희입니다.

with@donga.com

영상편집 : 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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