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명에게 새 삶 주고 떠난 딸…미국서 새 생명 찾아와

2020-01-20 2



여기 서로 따뜻하게 껴안고 있는 두 여성.

4년 전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어머니가 이 미국인 여성에게서 그리운 딸이 남긴 기적을 느끼고 있습니다.

유나 양은 뇌사 한 뒤 27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로 떠났습니다.

우현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항공기 승무원이 되고 싶었던 18살 소녀 김유나 양

4년 전 유나 양의 부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유학 중이던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가 된 겁니다.

[김제박 / 고 김유나 양 아버지]
"(의사가) 영원히 못 깨어날 것 같다. 그 얘기를 첫 날에 해주더라고"

며칠 째 딸이 깨어나는 기적을 기다렸던 부모는 고심 끝에 장기기증을 결심했습니다.

[김제박 / 고 김유나 양 아버지]
"집사람한테 제가 그 얘기를 했어요. 이게 마지막일 것 같은데 여보, 우리 유나 장기기증하면 어떨까"

하늘로 떠나기 전 유나 양이 남긴 장기와 조직을 이식받은 사람은 모두 27명.

그리고 오늘 유나 양의 신장과 췌장을 이식 받은 미국인 킴벌리 씨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건강을 되찾게 해준데 고마움을 전하려고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딸보다 두살 언니인 킴벌리를 유나 양의 어머니가 딸을 안듯 따뜻하게 포옹해 줍니다.

마주 잡은 손으로 전해지는 온기로 말 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느낍니다.

[킴벌리 / 미국인]
"유나가 준 생명의 선물 덕분에 제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당뇨병으로 신장투석을 받던 자신이 초콜릿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만큼 건강해 진건 모두 유나라는 '천사' 덕분이라며

유나의 가족을 자처했습니다.

유리구슬에 천사를 담은 오르골을 선물로 준비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새로운 가족을 얻은 유나 양 어머니는 다시 한 번 딸을 떠올립니다.

[이선경 / 고 김유나 양 어머니]
"유나도 건강해진 킴벌리 씨 보면서 하늘나라에서 늘 해맑고 밝은 모습으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거라고."

킴벌리 씨는 유나 양의 고향인 제주도를 방문한 뒤 귀국할 예정입니다.

채널A 뉴스 우현기입니다.
whk@donga.com

영상취재 : 박연수
영상편집 : 김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