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 서거 33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2년 전 고인이 된 박 열사의 아버지가 20년 동안 써 내려간 일기장이 공개됐는데, 애끓는 부성애로 가득한 일기장 내용을 박선영 기자가 보여드립니다.
[리포트]
33년 전 오늘.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물고문을 받고 숨진 서울대생 박종철.
어둠의 시대 공권력이 앗아간 아들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는,세상을 향해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현장음]
"잘 가그래이, 철아.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 철아"
열사의 서른 세번째 기일을 맞아 열린 추모식.
더 이상 아버지 박정기 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가슴에 눌러 논 못 다한 말들을 손글씨로 20년간 적어내린 일기장을 남겨 놓고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총 15권에 이르는 일기장 곳곳에는 떠나간 아들을 그리는 애끓는 부정이 묻어납니다.
"천지가 무너지고 비바람에 천둥이 머리에 와닿는 것 같다"며 아들을 잃은 비통함을 드러내는가 하면, 안경 너머로 흘러 넘친 눈물로 젖은 일기장에 "잘 가라"고 작별 인사를 적었습니다."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 씨는 강산이 세번 넘게 바뀌어도 채워지지 않는 막내 동생의 빈자리를 실감합니다.
[박종부 / 박종철 열사 친형]
"현실로 받아들인다는 자체가 굉장히 힘들어요. 세월이 지날수록 어려움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는 박종철 열사 아버지의 일기장 가운데 일부를 디지털 자료로 보존해 인터넷에 공개하고, 검수를 거쳐 추가 공개도 추진할 방침입니다.
채널A 뉴스 박선영입니다.
tebah@donga.com
영상취재: 장명석
영상편집: 유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