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에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인 남성이 범법자가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심지어 학교측은 처벌도 원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무단 침입 침입했다고 본 것입니다.
김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에 붙은 대자보입니다.
우리나라가 중국 식민지가 될 준비를 마쳤다며, 무릎 꿇은 문재인 대통령 사진과 함께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담고 있습니다.
[김태영 기자]
"대자보는 인문대 벽과 학생회관을 포함해 대학 건물 4곳에 2장씩 모두 8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학교 측은 대자보를 떼지 않고 경찰에 알렸습니다.
지난해 9월에도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은 데다, 비슷한 일이 생기면 연락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국대 관계자]
"(경찰로) 연락 달라고 말씀하고 가셔서 학생팀에서는 연락을 다시 한거죠. (처벌한다고 하니까) 입장이 좀 난처하게 됐어요."
처벌까지는 원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경찰은 대자보를 붙인 25살 김모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적용한 혐의는 대자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건조물 침입죄입니다.
[경찰 관계자]
"통상적인 목적이 아닌 다른 사유로 들어가는 경우에는 건조물 침입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어요."
검찰도 김 씨를 벌금 100만 원에 약식 기소했습니다.
[김모 씨]
"정부 비판하는 것(대자보)만 바로 이렇게 처벌을 해버리니까. 저는 많이 억울하죠."
단국대 학생들도 대학 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우려를 나타냅니다.
[단국대 학생]
"단지 대자보를 붙여서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는 것만으로 무리하게 기소한 건 (적절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캠퍼스에는 다양한 사람이 제약없이 드나들지만, 유독 대자보를 붙인 사람만 무단 침입으로 처벌하는 것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채널A뉴스 김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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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박영래
영상편집:이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