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짧게 전화해 기부 상자 위치만 알린 얼굴 없는 천사는 주민센터 직원들이 상자를 찾지 못하자 당황하면서 두 세 번이나 전화를 걸어 다시 알려줬습니다.
천사의 마음으로는 도둑 맞았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나봅니다.
반면 범인들은 잠복까지 하면서 치밀하게 범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음대로 선행하기도 어려운 세상입니다.
신선미 기자입니다.
[리포트]
주민센터가 바로 보이는 주변 길가.
주민들은 지난주부터 주차돼 있던 SUV 차량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인근 주민]
"목요일, 금요일에는 안 보이던 차가 번호판을 하얀색으로 가렸더라고요. 또 뒤를 돌아보니 앞쪽이 가려져 있더라고요. 앞뒤가 다 가려져 있는 거예요."
차량은 주민센터가 문을 여는 시간에 머물렀다 주민센터가 문을 닫으면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인근 주민]
"주말엔 안 보였어요. 금요일 저녁에 갔어요."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금을 놓고 갈 것을 노리고 치밀하게 범행을 기획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차량을 수상하게 여긴 주민 눈썰미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일부 주민들이 차량 번호를 적어 놓은 덕분에, 경찰은 차량을 추적해 용의자들을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답답한 심경을 감추지 못합니다.
[인근 주민]
"그건 아니지. 내가 불우이웃을 돕지는 못할망정 남의 선행을 도둑질하면 안되는 거지."
용의자들은 구체적인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채널A 뉴스 신선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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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정승환
영상편집 : 이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