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가운에 왕진가방을 든 의사, 옛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죠.
오늘부터 왕진가방을 든 의사들이 다시 동네 곳곳을 누빕니다.
이지운 기자가 동행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노원구에서 20년째 동네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장현재 원장.
분주한 손길로 청진기며 혈압계 같은 진료 기구들을 챙겨 가방에 담습니다.
오늘 방문하는 집은 최근 폐렴에 걸렸다 회복 중인 최애환 할머니 댁.
고관절이 부러져 거동도 할 수 없습니다.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연립주택 4층이어서, 최 할머니는 왕진이 아니면 진료받기가 어렵습니다.
[현장음]
"(이렇게 굽히면 괜찮으세요?) 똑바로 하면 괜찮은데 옆으로 하면 아파요."
[최애환 / 서울 노원구]
"(병원은) 못 가죠. 가려면 119나 불러서 가야죠."
다행히 최 할머니의 폐렴 증세는 많이 호전됐습니다.
정밀한 진단을 위해 혈액 샘플을 뽑고 기력 회복을 위해 수액 주사를 놓습니다.
과거엔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왕진 의사가 사라진 건 제도 상의 미비점 때문입니다.
건강보험에 왕진 진료 항목이 없어 의사가 왕진을 하더라도 그에 따른 적정한 진료비를 받을 수 없었던 겁니다.
[장현재 / ○○의원 원장]
"왕진을 가려면 시간이 소요되고, (병원에) 환자가 있는데도 왕진을 나가야 되는 상황이지만, 초·재진료(기본 진료비)만 산정하게 돼 있었습니다."
정부는 오늘부터 동네병원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에 왕진 진료비를 추가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왕진 진료비는 11만 5000원, 환자는 30%인 3만 4500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다만 처음 한 번은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왕진이 가능하며 본인 부담금이 많다는 게 걸림돌입니다.
채널A 뉴스 이지운입니다.
easy@donga.com
영상취재: 추진엽
영상편집: 구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