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산책로, 아름다운 관광 명소입니다.
그런데 이 산책로 한 가운데에 대형 펜스가 등장했습니다.
토지 소유주가 설치한 건데, 관할 구청도 해법이 없습니다.
배영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수욕장 산책로에 흰색 펜스가 설치돼 있습니다.
무단으로 출입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 땅의 소유주인 현지 건설업체가 지난달 말 설치한 건데, 펜스 길이만 80미터, 면적은 400제곱미터가 넘습니다.
[배영진 기자]
"이 부지는 그동안 해수욕장 보행로로 이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펜스가 생기면서 보행로 폭이 절반 가량 줄었습니다."
관광객은 눈살을 찌푸립니다.
[박경미 / 경기 남양주시]
"모처럼 가족과 이렇게 놀러 왔는데, 이렇게 막아놔서 많이 불편하고 이거 자체가 흉물스럽잖아요."
[이병수 / 부산 해운대구]
"얼마 전만 해도 없었어요. 없었는데, 좋은 방법은 아니죠. 사유재산이라고 이렇게 하면."
건설사가 땅을 구입한 건 지난 2006년.
해운대구청이 산책로를 조성한 건 4년 뒤인 2010년부터입니다.
건설사는 구청이 땅 소유주의 허가도 없이 조성했다고 주장합니다.
[건설사 관계자]
"원상복구 요청을 (해운대구청에) 보내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행을 안 하다가, 자기들이 동의 없이 사유재산을 침해한 거죠.
일각에선 펜스를 설치한 시점을 놓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공원과 맞닿아 있는 데다, 입주가 시작된 직후 설치됐기 때문입니다.
구청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사유지여서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건설사의 이익과 구청의 어리숙한 행정 사이에서 시민과 관광객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배영진입니다.
ican@donga.com
영상취재 : 김현승
영상편집 : 이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