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정부의 공식 인가를 받아, 어제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노조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50년 무노조 경영'이라는 삼성의 일그러진 신화가 깨진 셈인데, 여전히 저조한 노조 참여율, 경영진의 협조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고한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눈에 흙이 들어와도 노조는 안된다."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말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마저 무력화했습니다.
1977년 제일제당 노조 와해를 시작으로, 감시와 미행, 인사 불이익 등 숱한 인권 침해가 '글로벌 기업' 삼성 안에서 벌어졌습니다.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의 출범과 함께, 이제 삼성의 '50년 무노조 경영'은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노조 3곳이 설립 인가를 받았지만, 가입자가 10여 명에 불과하고 활동도 거의 없어 유명무실했습니다.
이번에 새로 설립된 네 번째 노조는 현재 4백여 명 규모로, 조합원 백만 명의 상급단체 지원을 받는 사실상의 첫 '삼성 노조'입니다.
[김주영 / 한국노총 위원장 : 한국 사회에 무노조 경영이나 반노조 경영이 설 자리가 없다는 걸 의미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기업 문화의 정착이 시작되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10만 명 규모의 삼성전자 임직원 가운데, 4백 명에 불과한 조합원을 만 명까지 늘리는 게 1차 목표입니다.
50년 동안 정상적 노조 활동이 없었던 사업장에서, 회사의 일방적 지시가 아닌 소통하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진윤석 / 삼성전자 노조 위원장 : 우리 노동자의 권익은 우리 스스로 노력하고 쟁취하는 것이지, 결코 회사가 시혜를 베풀 듯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제는 깨달아야 합니다.]
다른 사업장과 연대해, 노동계 현안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삼성전자 노조의 외연 확대에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아직 삼성전자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기존의 노사 관계와 경영 전략에 변화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YTN 고한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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