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울린 전화 "우리 애기 데리고 와"…펫시터의 한숨

2019-11-04 0

지난달 중순 새벽 2시쯤 강아지 돌봄서비스 업체 '윤앤퍼피' 대표 김도윤(34)씨가 여느 때와 같이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새벽까지 깨어있는 강아지들에게 간식을 주기 위해 손수 만든 간식을 꺼내고 있을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우리 아기 지금 보고 싶으니까 데리고 오세요"

강아지를 맡긴 고객이었다.

짧은 통화였지만, 도윤씨는 고객이 술에 취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별수 없이 차 키를 꺼내 들었다.

나흘 연휴를 맞아 모든 예약이 꽉 찬 상태지만, 밤낮 구분없이 심부름꾼 부리듯 대하는 고객들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다.

하지만 "새벽 심부름은 예삿일"이라는 도윤씨는 "반려동물에 관한 법률이 미비한 점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2살 된 치와와 '사습'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슴'이의 원래 이름은 '초코'다. 지난해 12월 맡겨졌지만, 주인이 돌연 잠적하면서 이곳에 남았다.

도윤씨는 오갈 곳 없는 '초코'에게 '사슴'이란 이름을 달아주고 새 식구로 맞아, 키우고 있다.

도윤씨는 "애완동물에 관한 법률적 미비를 악용해 강아지를 유기시키는 사람들도 있다"며 "강아지도 소중한 생명인데, 이렇게 버리는 게 무책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반려견 돌봄서비스 업체 '도담이네 펫시터' 신현호(36) 대표도 황당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한 고객이 자신의 강아지가 갑자기 혈변을 본다며 현호씨에게 항의를 한 것이다.

다짜고짜 화를 낸 고객을 달랜 현호씨는 "암컷 강아지는 원래 6~7개월쯤 되면 첫 생리를 한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현호씨는 "반려견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는데, 그만큼 인식과 지식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도 주인된 도리"라고 말했다.

◇ 반려동물 2조원시대…"펫시터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야"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조 2900억원이다. 4년 뒤에는 5조 8천억원을 넘는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관리사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2년 147명밖에 없었던 반려동물관리사는 5년 만에 10배가 넘는 1948명이나 된다.

반려동물관리사나 펫시터(pet sitter)가 새로운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인식은 '24시간 대기조'나 '강아지 보모'쯤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정호승 이사는 "외국에서는 전문적으로 반려동물을 돌보는 서비스가 일찍부터 자리를 잡았다"면서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수의학이나 행동교정 훈련, 품종, 동물 장례 등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성을 가지고 반려동물을 돌보는 만큼 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흘 연휴를 맞아 대목을 누리면서도 '진상 고객'들 때문에 한숨을 내쉬어야 하는 도윤씨와 현호씨의 바람은 단 하나.

"내 강아지를 돌보는 것처럼 키우고 있습니다. 믿어주시고, 예의에 어긋나는 언행이나 도를 넘는 요구는 삼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