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낙산해수욕장 하늘에 경비행기 한 대가 나타났다.
국내 대표적 여름 휴양 명소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던 피서객들의 시선이 갑자기 출현한 경비행기로 쏠렸다.
곧이어 아득한 창공의 경비행기에서 괴물체가 이탈하더니 맹렬한 속도로 떨어졌다.
몇 분이 지났을까, 괴물체는 급강하를 멈추고 해수욕장 상공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선회와 함께 점차 고도가 떨어지면서, 괴물체의 모습은 사지를 활짝 펴고 비행하는 날다람쥐처럼 보였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고도가 더욱 낮아지자 날다람쥐는 낙하산을 펼쳤고 이내 낙산 해변에 가뿐하게 내려앉았다.
이날 피서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날다람쥐는 바로 뉴질랜드 출신의 존 척 베리(46)였다.
존 척 베리는 이날 '윙수트'를 착용하고 낙산해수욕장 2,000m 상공의 경비행기에서 뛰어내렸다.
비행기에서 점프와 함께 윙수트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기 시작했고, 지상 100m쯤 높이에 이르러 낙하산을 이용해 무사히 해변에 착륙했다.
윙수트는 겨드랑이와 다리 사이에 천을 덧댄 것으로, 낙하산을 펼치기 전까지 공기 저항 만으로 하늘을 날면서 역동적인 비행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다.
베리는 윙수트를 착용한 채 빌딩(Building), 공중(Antennas), 교각(spans, bridges), 절벽(earth, cliffs) 등 뛰어내릴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뛰어내리는 '베이스 점퍼(BASE Jumper)'다.
그는 지금까지 전 세계의 유명 빌딩과 산, 창공을 찾아다니며 6,000회 이상의 점프를 기록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다.
지난 25일 입국한 베리는 한국에서의 베이스 점핑을 설악산 울산바위, 양양 인근 폭포 등에서 시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돌풍 등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낙산해수욕장 상공을 택해야 했다.
베리는 27일 베이스 점핑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한국의 아름다운 하늘을 나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며 "더 많은 점퍼들이 한국을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의 베이스 점핑은 이날 베리가 두 번째로,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또 다른 외국인이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점핑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