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항쟁 64주년을 맞은 지난 3일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강행중인 구럼비 바위 발파는 이날로 26일째를 맞았다.
하지만 강정마을 주민의 80%는 여전히 기지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 이를 반영하듯 마을 곳곳에서는 '해군기지 결사반대'라고 적힌 노란 깃발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지 건설을 놓고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주민들의 갈등과 반목은 '노란 깃발'과 '태극기'의 대결로 전이됐다. 찬성하는 주민은 태극기를, 반대하는 주민은 노란 깃발을 내걸면서 자연스레 '깃발전'이 전개되고 있는 것. 2007년 갈등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엔 태극기와 붉은 깃발을 각각 내걸었다고 한다.
강정마을 사거리에 나란히 자리한 두 슈퍼마켓은 5년여 해묵은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주민 대부분이 노란 깃발을 내건 코사마트를 이용하는 반면, 해군과 경찰 그리고 공사 관계자들은 태극기가 걸린 나들가게만 드나든다는 것.
강정마을 고권일 대책위원장은 "예전엔 하루 70~80만원이던 나들가게의 매출이 최근엔 12~15만원밖에 안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해군측도 그런 사정을 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모두 코사마트만 이용하면서, 마을 상황을 잘 모르는 올레객이나 택시 기사들만 나들가게를 이용해왔다는 것.
이에 대해 나들가게 주인 A씨는 "태극기를 내건 이후 매출이 급감한 건 맞다"면서 "공식 요청을 한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해군 관계자나 경찰들은 우리 가게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반대 깃발이 떡하니 걸려있는 코사마트에 해군이나 경찰들이 가고 싶겠냐는 것이다.
해군은 이날까지 백여 차례에 걸쳐 10톤 이상의 화약을 사용했으며, 경찰은 이에 항의하는 주민이나 평화활동가를 이날까지 90명 연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