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지금부터 이재명 차장과 조국 후보자 기자간담회 내용을 두고 정리해보겠습니다.
1. 오후 3시 반부터 지금까지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진 자리였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의혹들이 다 나오긴 한 것 같습니다. 딸의 스펙 품앗이 문제, 의문의 장학금 수령, 사모펀드 의혹, 웅동학원 논란. 여러 질문이 있었지만 답변은 계속 비슷했습니다.
조 후보자의 답변을 대강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당시엔 잘 몰랐다, 그때 알았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불법은 없었다. 그러면서 모든 허물과 책임은 내게 물어 달라. 어떻게 보면 핵심의혹을 풀었다기보다 지금까지 조국 후보자의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이렇게 평가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2. 왜 그렇게 된 걸까요?
애초부터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라는 초유의 형식이 내용을 압도한 측면이 커보입니다. 한마디로 후보자는 준비가 됐는데, 기자들은 준비가 안 된 거죠.
오늘 기자간담회는 오늘 오전 여야의 인상청문회 협상이 무산되자마자 후보자가 자청했습니다. 그리고 3시간쯤 뒤에 열렸죠. 그야말로 기습 기자간담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대해 준비한 해명 자료를 하나씩 보여주며 상세히 설명했죠.
반면 기자들은 사전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질문이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히 후보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 강조하고 싶은 말을 얼마든지 충분히 전할 수 있는 구조였던 거죠.
쉽게 말해 모든 매체가 생중계하는 상황에서 기자 질문은 30초이고, 후보자 답변은 5분 이상 이어지는 구조였으니 누구한테 유리했는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3. 구체적으로 어떤 대목이 그랬습니까.
조국 후보자 관련 의혹 중에 국민이 가장 분노한 게 딸 관련 의혹이죠. 기자들은 여러 차례 조 후보자 딸과 단국대 교수 아들이 인턴 품앗이를 한 게 아니냐, 그리고 딸이 인턴십에 참여할 때마다 후보자 부인의 인맥이 동원된 것 아니냐, 이런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그 때마다 후보자는 조 후보자의 아내와 단국대 교수의 아내가 서로 인턴 요청을 했느냐는 본질적 의혹은 피해간 채 자신이 단국대 교수를 알지 못한다, 연락처를 확보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렇게 질문의 핵심을 빗겨간 겁니다.
그래서 기자들이 이렇게 물었죠. 후보자 자신은 모른다지만, 후보자 부인이 초등학교 동창을 통해 키스트 인턴을 하고 대학교 동창인 공주대 교수에게 인턴을 부탁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답변은 엉뚱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조 국 / 법무부 장관 후보자]
공주대 교수님과 제 처가 서울대학교 천문동아리 친구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 처는 천문동아리 가입한 적이 없습니다.
실제 조 후보자 부인은 천문동아리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죠. 그래서 공주대 인턴 때 담당 교수와 조 후보자의 부인이 알았느냐, 그리고 인턴을 부탁했느냐가 본질인데, 거기에 대해선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부분 오류를 강조해 의혹의 본질을 흐리는 그런 전략을 편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짚고 싶은 게 조 후보자는 사모펀드가 뭔지도 몰랐다고 일관되게 말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그가 민정수석이었고, 민정수석은 인사검증의 책임자입니다. 펀드는 인사검증의 주요 대상일 겁니다. 그걸 전혀 몰랐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4. 또 눈에 띈 건 '가족애'를 강조한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선 조금 전 기자회견에서의 모습을 보고 오시죠.
[조국 /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제 딸아이와 관련되어 있을 때는 너무 힘듭니다.
제가 참 불효자입니다.
조 후보자는 "혼자 사는 딸아이에게 심야에 남자 기자들이 찾아간다"며 울컥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딸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아비로서 힘들다'는 말을 참 많이 했죠. 웅동학원 논란을 설명할 때는 자신이 불효자라며 자책하기도 했는데요, 동정여론에 호소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5. 여당 수석대변인이 사회를 본 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후보자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도 초유의 일이지만, 여당 수석대변인이 그 간담회의 사회를 본 것도 정말 이례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리 여당이라지만 국회의 존재 이유는 행정부 감시죠.
그런데 후보자에게 일방적으로 해명할 자리를 깔아준 것도 모자라 그 자리의 진행을 맡았다, 여당이라지만 3권 분립 정신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야당이 승리자냐,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인사청문회는 야당의 시간이죠.
하지만 여당은 오늘 기자간담회로 충분히 해명됐다면서 인사청문회를 건너뛴 뒤 바로 임명을 강행할 테니 의혹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자료 요구권을 통해 실체를 규명할 기회 자체를 야당이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