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옥 씨가 남한에 정착한 2009년은 보시는 것처럼 한국에 온 탈북민 수가 가장 많았던 해입니다.
그때 자유와 풍요의 땅으로 건너온 이들은 한성옥 씨와 다른 길을 가고 있을까요.
전혜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식량난에 북한을 떠나 한국살이 10년 차인 탈북민 유모 씨.
[현장음]
"이건 제가 교사할 때 학생들…"
북한에서 중학교 미술 교사를 지냈지만, 한국에서는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유모 씨]
"하나부터 열까지 다 지식에서는 떨어지잖아요. 내가 배운 지식은 써먹을 수도 없고… 안 되겠다. 식당 일이라도 해보자."
정착금 300만 원은 탈북 과정에서 다친 허리 치료비로 썼고 지난해 암 수술까지 겹치면서 식당일도 그만뒀습니다.
매달 받는 생계지원비 50만 원에서 임대아파트 관리비를 뺀 30만 원이 생활비의 전부입니다.
[유모 씨]
"저번에 여기 앞 동네에서도 우리 사람이 떨어져서 죽었잖아요. (저도) 집에 들어오면 그런 궁리가 자꾸 나는 거예요."
탈북민 절반 이상이 가난 때문에 대한민국으로 왔다고 답했지만 이들 중 24%는 이 곳에서도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탈북자 김모 씨는 최근 고등학교를 자퇴한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너집니다.
[김모 씨]
"우리 애가 학교에 안 가겠다 하고… (우리 애를) 중국 애라고 (한국 아이들이) 때리기도 하고.
가슴이 터져요. 정말 터져요."
대량 탈북 10년. 나아지지 않는 살림살이에 사회 편견까지 겹치면서 10년 전 그렸던 달콤했던 꿈은 쓰디쓴 현실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전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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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김지희
영상편집 : 김지희
그래픽 : 윤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