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이 어두운 밤 여성과 초등학생이 탄 차를 둔기를 든 남성이 수백 미터를 쫓아오며 위협했습니다.
마치 공포 영화와 같은 장면은 고스란히 블랙박스에 담겼습니다.
오태인 기자입니다.
[기자]
자정이 갓 지난 어두운 주택가 밤길.
지인들의 집들이를 마친 여성 3명과 8살 아이가 탄 차 앞으로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나타납니다.
한 손에는 전화기를, 다른 한 손에는 무언가를 들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둔기입니다.
통화하는 듯하던 남성은 갑자기 둔기를 치켜세우며 차로 달려듭니다.
차 안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입니다.
운전하던 여성은 경적을 울리며 주위에 도움을 청합니다.
남성을 피해 후진으로 속도를 높이자 남성은 급기야 뛰기까지 하며 차를 쫓습니다.
급하게 후진하던 차는 주차된 다른 차를 들이받고, 큰길에서 겨우 차를 돌려 위급한 상황을 피합니다.
[차량 운전자 : 너무 놀라서 곧 죽겠구나 싶겠더라고요. 그 사람의 눈에서 살기가 보였고.]
차량을 위협하며 쫓아온 남성은 48살 A 씨.
피해 차량에 자신의 아내가 탄 줄 알고 위협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부부싸움을 하던 아내가 집을 나갔는데 화가 나서 둔기를 들고 쫓았다는 겁니다.
아쉬운 건 경찰의 대응입니다.
피해자들은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에 보여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A 씨가 술에 취했다며 간단한 조사만 하고 A 씨를 먼저 돌려보냈습니다.
피해자들은 오히려 A 씨가 요구했다는 이유로 음주 측정 등 나머지 조사를 받기 위해 파출소에 한 시간가량 더 남아 있어야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 (피의자가)술에 취해서 당장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놓으니까. 피해자는 조사하기 위해 남아 있고….]
경찰은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대처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먼저 귀가하고 피해자들은 남아서 조사를 받는 상황에 분통이 터집니다.
[차량 동승자 : 피의자와 피해자가 바뀐 거잖아요. 아이가 놀랐다는데 보내 주지도 않고…. 배려는 전혀 없었고….]
경찰은 A 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한밤중 끔찍한 공포의 충격으로 피해자들은 2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고 A 씨의 위협을 피하려다 들이받은 차량의 수리비까지 물게 됐습니다.
YTN 오태인[otaei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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