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헤엄쳐 미국으로 건너가려다 함께 숨진 중남미 이민자 아버지와 어린 딸의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시리아 난민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3살 꼬마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처럼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박철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대 남성과 아기가 강가에서 머리를 땅에 묻고 나란히 엎드려 숨져 있습니다.
비극의 주인공은 엘살바도르 출신의 25살 오스카르 라미레스와 그의 23개월 된 딸 발레리아입니다.
4월 초 엘살바도르를 떠난 이들 가족은 지난 23일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지역인 리오그란데 강가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딸 발레리아를 안고 강을 건넌 아빠가 건너편에 있는 아내를 데리러 다시 헤엄치기 시작했을 때 멀어지는 아빠를 본 어린 딸이 아빠를 부르며 다시 강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놀란 아빠는 얼른 돌아와 딸을 붙들고 자신의 옷 속에 넣고 단단히 고정했지만, 급물살은 이내 이들 부녀를 휩쓸어갔습니다.
맞은편에서 이 장면을 지켜봐야 했던 아내이자 엄마는 눈물과 비명으로 당시 순간을 진술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습니다.
급류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었지만 곧 잡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들 가족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훌리아 레둑 / 멕시코 일간지 사진기자 : 오스카르 가족이 최근 도착해 여기가 위험하다는 걸 몰랐고, 잡힐 거란 생각에 필사적으로 강을 건너려 했을 것입니다.]
부녀의 시신은 이튿날 아침 휩쓸려간 곳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지역에서 발견됐습니다.
여전히 아빠 목에 팔을 감은 어린 딸의 모습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빠를 놓치지 않으려 했음을 보여줬습니다.
한 이민자 인권운동가는 "이 사진 한 장이 미국 입국자 수를 제한하는 트럼프 정권의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YTN 박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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