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흉기 '약물'...관리는 '구멍' / YTN

2019-06-18 9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고유정은 범행에 '졸피뎀'이라는 수면유도제를 썼습니다.

각종 약물을 이용한 범죄가 잇따르지만 관리와 감시는 터무니없이 소홀하기만 합니다.

박희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전 남편 살해 사건'의 피의자 고유정은 범행에 약물을 동원했습니다.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을 투약해 자신보다 체격이 큰 전 남편을 무력화시킨 뒤 숨지게 한 겁니다.

[박기남 / 제주 동부경찰서장 : 피해자가 수면제를 복용한 몽롱한 상태 또는 반수면 상태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공격하여 살해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졸피뎀은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으로, 짧은 시간 안에 의식을 잃게 하는 특성 때문에 '마약류'로도 분류돼 있습니다.

고유정은 범행 8일 전, 집 근처 병원에서 의사에게 직접 졸피뎀을 처방받았습니다.

처방받은 약물이 악용되는 것도 문제지만, 인터넷상의 불법 거래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정부가 수시로 판매 글을 차단한다고는 하지만, SNS 등을 통해 광고는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유명 포털에서 검색 한 번이면 나오는 판매사이트입니다.

게시글에 나온 SNS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내니 1분도 채 되지 않아 가격은 물론 전달 방법까지 제시합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유독물질도 걱정입니다.

고유정이 졸피뎀과 함께 검색했던 '니코틴 원액'은 독성이 강한 물질입니다.

범죄에 쓰일 수 있어서 농도가 1% 미만인 용액만 팔 수 있는데,

일부 전자담배 판매점에선 농도 높은 용액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전자담배 판매점 직원 : 옛날에 이거 팔 때는 만오천 원에 팔았거든요? 만오천 원에 드릴게요. (원래 이렇게 파는 거예요?) 옛날엔 팔았는데 지금은 팔면 안 되긴 하거든요.]

정부는 니코틴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이 있을 때만 판매를 허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밀한 단속규정이 없는 탓에 불법 거래가 이뤄지는 현장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 전자담배 (판매점)이라 특별하게 더 나가고 이런 건 따로 하질 않아요.]

약물과 관련된 범죄는 매년 수백 건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오윤성 /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약물 범죄 같은 경우는 은밀성으로 인해서...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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