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방화·살인 사건의 희생자 4명의 합동 영결식이 엄수됐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가족과 이웃을 잃은 주민들에겐 공포와 불안만이 깊은 상처로 남았습니다.
박종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66살 할머니와 12살 손녀의 영정이 나란히 먼 길을 나섭니다.
그 일이 없었다면 둘이 손잡고 나들이 나갔을, 좋은 봄날입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에 가족들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집니다.
이대로는 보낼 수 없다며 소리 내 울어봅니다.
보내는 이도, 보는 이도 할 수 있는 건 울음뿐입니다.
딸과 어머니를 한꺼번에 잃은 아빠이자 아들, 어깨마저 슬픔의 무게에 한없이 쳐졌습니다.
몸이 불편해 더 남을 돕고 싶다던 열아홉 소녀.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웠던 학교에 미소 띤 사진만 덩그러니 찾았습니다.
시각장애인 제자에게 밝은 인생을 안내하려던 선생님은 쉬지 않고 쏟아지는 눈물에 시야마저 흐릿합니다.
새벽 시간, 한 남자의 광기 어린 난동은 누구에겐 가족을, 누구에겐 친구를 빼앗았습니다.
남은 건 깊이를 알 수 없는 상처입니다.
눈앞에서 벌어졌던 참극은 이미 가슴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일상의 공포로 다가옵니다.
[유가족 : 우리 애 동생 둘이 사건 현장 다 봤어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애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겠어요.]
아직 곳곳에 남은 흔적들.
흔적이야 언젠가는 사라지겠지만 공포와 불안은 이미 지울 수 없는 낙인이 됐습니다.
[아파트 관계자 : 밑에 그 혈흔하고 이런 것들이 아무리 씻고 해도 안 지워지더라고요.]
아픔을 지우고, 또 지우는 사람들
무관심 속에 비극이 싹 텄음을 깨달았다면 고통의 뿌리를 뽑아내는 일은 온전히 주변의 몫입니다.
[조규일 / 진주시장 : 영령들의 희생이 주는 값진 의미를 가슴 깊이 새겨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남아있는 우리들의 책무입니다.]
YTN 박종혁[johnpar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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