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중 한 명은 시각장애인…비상상황에도 ‘속수무책’

2019-04-18 4



희생자 5명 가운데는 1급 시각장애인이 있습니다.

바로 이 CCTV에서 쫒기듯 집안으로 들어간 것은 18살 여고생이었습니다.

어제와 같은 화재와 흉기난동이 벌어진다면 장애를 가진 분들은 더 속무수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단비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파트 복도 창문 너머로 시뻘건 불길이 솟구칩니다.

4층에서 불이 확산되고 있지만 바로 위 5층 복도는 조용합니다.

5층에는 안 씨가 휘두른 흉기로 숨진 18살 여고생과 중상을 입은 50대 큰어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둘은 함께 대피하다 변을 당했는데 이 여고생은 양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 1급이었습니다.

[옥상현 / 1급 시각장애인]
"시각장애인이 아니었으면 충분히 대피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더 대피가 안 되니까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았나 싶어요."

화재 등 위급상황에서 장애인들은 신속히 대피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대피 중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입니다.

음성유도, 시각경보 장치 등 안전장치는 복지관을 비롯한 공공시설에는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아파트, 다세대 주택은 대상이 아닙니다.

또 가까운 이웃에 거주하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에게 비상 시 자동 통보되는 시스템을 확대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이재한 / 사회복지사]
"문을 쾅쾅 두드려서 그분이 잘 나올 수 있게 문을 열어주고 대피로로 잘 안내만 해줘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와함께 장애인들이 실제 거주, 생활하는 곳에서 대피 경로와 요령을 평소 익혀 두는 게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채널A뉴스 김단비입니다
kubee08@donga.com

영상취재: 조승현
영상편집: 이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