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가놓은 볍씨마저…” 산불로 희망의 싹도 탔다

2019-04-06 247



산불이 모두 진화되면서 속초와 고성 주민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폐허가 된 삶의 터전을 이제야 실감하게 된 겁니다.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돼버린 집을 보며 그저 망연자실해 했습니다.

보도에 사공성근 기자입니다.

[리포트]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일대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바닥엔 깨진 벽들이 가득하고, 서있는 기둥과 깨진 명패가 이 곳이 집이었음을 말해줍니다.

뭔가 건질거라도 있을까, 연신 폐허 속을 뒤져보지만 결국 아무 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윤명숙 / 강원 속초시]
"(결혼) 패물이 있는 걸 그걸 들고 온다는 게 딴것을 가지고 온 거야. 못 찾겠더라고, 찾아보긴 했는데."

[사공성근 기자]
이곳 장천마을에서만 50채가 넘는 집이 산불 피해를 입었습니다.

제 주변에는 무너지고 불에 타 성한 집이 한 채도 없는데요. 복구 작업은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산불 피해를 가장 먼저 입은 고성군의 한 마을. 부모님때부터 50년 넘게 살던 집을 하룻아침에 잃어버린 주민은 그저 말문이 막힙니다.

[김동섭 / 강원 고성군]
"부모님이랑 다 같이 살던 집이고, 애들도 여기에서 학교 다니고 그러던 집인데, 아무런 희망도 없고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성한 것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고, 수도와 전기도 모두 끊겼습니다.

[김동섭 / 강원 고성군]
"남은 거라곤 안탄 거, 가마솥 하나밖에 없습니다."

주민들은 그나마 남아 있는 마을회관과 노인정으로 모여 서로 의지하고 있습니다.

볍씨와 옥수수를 심은 모종판도 모두 타버려 올해 농사도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최순녀 / 강원 고성군]
"내일모레 벼 심으려고 볍씨 담가놨다가 다 타면서 볍씨가 탔잖아. 저기 옥수수 200개 해놓은 것도 다 타고."

불은 꺼졌지만 주민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큰 상처가 남았습니다.

채널A 뉴스 사공성근입니다.

402@donga.com
영상취재 : 김용균 황인석
영상편집 : 손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