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자신의 재판에 직접 변론에 나서며 검찰 핵심 증거인 USB 파일의 증거 능력을 문제 삼았습니다.
증인으로 나올 현직 판사가 100명이 넘는 데다, 일부는 초반부터 재판을 이유로 미루고 있어 재판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강희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다시 한 번 2시간 넘는 열띤 '셀프 변론'을 펼쳤습니다.
이번엔 사법 농단 수사 당시 검찰의 핵심 증거, 이른바 '스모킹 건'으로 불렸던 USB 증거 능력을 거론했습니다.
발표 자료까지 화면에 띄워 가며 지난해 7월 검찰이 임 전 차장의 사무실에서 USB를 압수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압수수색 자체가 잘못된 만큼 USB에서 발견된 8천여 건의 행정처 문건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전략을 내세운 겁니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이 압수수색 당시 수색·검증할 장소 등 중요한 내용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고, 영장에 기재된 것보다 포괄적인 장소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해 절차가 위법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압수수색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 자체는 시인했습니다.
당시 검사가 온화한 태도로 경계 심리를 무장해제 한 뒤 회유했다며, 진솔하게 얘기한 걸 후회한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메모를 요청할 정도로 영장을 상세히 읽었다며 적법한 절차였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임 전 차장이 변호사 개업 등록지를 자신의 주거지로 허위 등록한 상태였는데, 외장 하드 자료를 옮긴 USB가 실제 사무실에 있다고 해서 간 것뿐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있을 증인신문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앞으로 증인으로 불러야 할 현직 판사만 100명이 넘는데, 초반부터 재판 업무 때문에 출석이 어렵다며 연기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검찰은 증인 출석이 예정된 법관들의 기일 연기 요청이 반복될지 우려된다며, 재판부가 불출석 사유를 엄격하게 판단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YTN 강희경[kangh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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