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달 전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고로 숨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협력업체 노동자가 또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크게 다쳤습니다.
다친 노동자를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하고 늑장 보고하는 등 사고 이후 대응에 여러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상곤 기자입니다.
[기자]
석탄 분배기가 점점 다가오고 안전모를 쓴 작업자가 몸을 피합니다.
잠시 뒤 설비가 멈췄지만 하청업체 노동자 48살 윤 모 씨가 철제 구조물과 설비 사이에 끼였습니다.
2인 1조로 일하던 동료가 컨베이어벨트를 멈춰 목숨은 건졌는데, 윤 씨는 빗장뼈와 갈비뼈가 골절되는 등 전치 6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윤 씨는 사고 발생 2시간 정도 지나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친 윤 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는 구급차가 아닌 일반 승용차가 이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도 사고 발생 4시간이 다 되도록 사고 내용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부발전 측은 사고 이후 윤 씨가 걸어가 샤워를 해 하청업체에서 부상 정도가 위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하청업체가 부상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사진을 촬영하고 병원에 이송했지만, 보고를 못 받아서 경위 파악이 늦어졌다고 해명했습니다.
더구나 윤 씨가 운전 중인 설비 사이를 위험하게 지나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현장 CCTV 화면을 서둘러 공개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3달 전 사망사고가 난 중대재해사업장에서 또 같은 사고가 발생하고도 회사가 작업자 부주의로 책임을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태의 /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 작업하든 피신을 하든 그런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요. 사고 자체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어요.]
이번 사고로 서부발전이 내놓은 대책은 사고 현장에 대한 출입금지 울타리 설치와 안전 교육 강화가 전부였습니다.
YTN 이상곤[sklee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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