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도심의 한 주택가가 쓰레기장으로 변했습니다.
남아있는 주민들을 빨리 떠나보내기 위해 재개발조합과 구청이 일부러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홍성욱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주택가.
담벼락마다 주민들이 버리고 간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쌓여 있습니다.
의자와 책상, 매트리스 같은 가구와 가전제품, 일반 생활 쓰레기까지.
집 입구까지 가로막을 정도입니다.
[정찬순 / 주민 : 저녁에는 골목에 다니기가 너무 무서워요. 우리도 몇 달 있으면 (이사) 갈 건데, 다른 곳으로 가기도 그렇고.]
주민들이 떠나면서 버리고 간 쓰레기가 골목마다 가득합니다.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쓰레기를 수거해야 할 담당 구청과 재개발 조합은 손을 놓고 있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무단 배출한 생활 쓰레기는 재개발조합이, 대형폐기물 신고필증 스티커를 붙인 쓰레기와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는 구청이 수거해야 합니다.
하지만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부터 지난해 10월 스티커를 붙여 내놓은 폐가구까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청 관계자 : 스티커를 부착해서 배출한 거나 일반 생활폐기물 같은 경우에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배출한 것은 구청에서 위탁한 청소 대행업체에서 수거하고 있고요.]
주민들은 재개발조합도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읍니다.
주민들이 빨리 떠나야 철거를 시작할 수 있는 만큼, 쓰레기를 일부러 내버려둬 동네를 험악하고 황폐하게 한다는 겁니다.
[재개발 구역 주민 : 빨리 안 치워 가는 게 동네 험악하게 만들어서 빨리 이사하라고 하는 것인지, 자기네도 겨울이라 안 치워가는 건지….]
쓰레기를 내버려두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조합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쓰레기양이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재개발 조합 관계자 : 일부러 안 치울 리가 있겠어요. 치우고 업자들도 가서 보고 계속 회의하고….]
원하는 만큼 보상을 받지 못한 주민들과 새 보금자리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는 당장 이사를 할 수 없는 상황.
쓰레기장으로 변한 재개발 구역에는 아직 4천 가구가 넘는 주민이 남아 있습니다.
YTN 홍성욱[hsw050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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