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대사 대리의 미국 망명설과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 유승진 기자와 좀더 짚어보겠습니다.
1. 왜 많은 나라들 중에 미국을 희망한다는 이야기가 나올까요?
네, 조 대사대리가 미국행을 원했다면, 세 가지 이유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미국은 유럽에 비해 신변 위협 가능성이 낮습니다.
유럽은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공작원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신변 위협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과 미수교 국가죠. 이런 위협으로부턴 안전한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미국이 대북정보 수요가 높은 국가란 점입니다.
사치품 밀수 루트 등 조 대사대리가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보들은 미국 CIA로서도 매력적으로 느낄 것이고, 이러한 점을 조 대사대리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세 번째로는 한국으로 떠들썩하게 오는 것보단 미국으로 건너가 평범하게 사는 게, 평양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신변에도 부담을 덜 줄 거란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2. 그렇다면 미국이 조 대사대리를 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네, 정치적 망명으로 보이는 만큼 미국으로서도 거부할 이유는 크게 없어 보입니다.
다만 미국 땅을 밟기까지 시일은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한 인터뷰에서 "망명을 위한 인터뷰를 하는데까지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현재 미국 내 대북 회의론이 팽배한만큼, 조 대사대리의 망명 의도를 검증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3. 한국으로의 귀순 가능성은 아예 없습니까?
네, 우리 국정원이 파악한 조 대사대리의 잠적 시점이 지난해 11월 초입니다.
그 후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귀순 의사를 밝혀오지 않은 걸로 보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4. '마음을 바꾼다?' 그렇게 보는 근거가 있습니까?
친분이 깊은 태영호 전 북한 공사가 오늘 공개적으로 귀순을 설득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태 전 공사는 글 서두에 조 대사대리가 "자주 열람하던 블로그에 이 편지를 올린다"고 적었습니다.
조 대사대리가 지금쯤이면 이 글을 읽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태 전 공사는 특히 조 대사대리의 심중을 읽듯 "자녀교육도 한국이 좋다" "대학학비도 국가가 부담한다"며 교육비를 강조했습니다. 왜일까요?
[고영환 / 전 북한 외교관]
"자녀들 교육. 특히 유럽 나라들에 나가 있는 고위 외교관들이 아이는 정말 좋은 교육을 시켜서, 정말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게 하겠다.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태 전 공사는 귀순하게 될 경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소속돼 직업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며 현실적인 이점들을 강조했습니다.
최종 변수는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에 달려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행이 결정되더라도 우리 정부는 비공개로 망명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