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강원도 강릉의 한 산골 마을에서 70대 노인이 무참하게 살해됐습니다.
영구미제로 분류됐던 이 사건은 발전된 감식 기술 덕에 지난해 용의자를 특정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1, 2심 법원 모두 용의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렇다면 진범은 누구일까요?
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2005년 5월,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에 혼자 사는 70대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손발은 전화선으로, 얼굴에는 테이프가 감겨 있었습니다.
목격자도 없고, 단서도 없던 사건은 장기 미제로 분류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뜻밖의 감정 결과가 날아왔습니다.
당시 할머니 얼굴을 감는 데 사용한, 테이프에 흐릿하게 남은 1㎝짜리 반쪽 지문을 확인한 겁니다.
지문은 강원도 동해시에 사는 정 모 씨와 일치했고, 경찰은 정 씨를 긴급 체포했습니다.
[양승현 / 강원지방경찰청 강력계장 (지난해 9월) : 지문 검색 서버도 증설하고 해상도도 높이면서 해당 지문에 대한 융선(지문을 이루는 곡선)을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해….]
하지만 이어진 재판에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정 씨에게 무죄가 내려지고 석방된 겁니다.
배심원 참여 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는 지문은 정 씨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지만, 범행과는 무관하게 남겨졌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도 마찬가지 이유로 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정 모 씨(무죄 선고) : 저도 죄가 없으니까 판결이 이렇게 나온 거 아닙니까.]
재판 결과를 지켜본 할머니의 가족은 답답할 뿐입니다.
[피해 할머니 자녀 : 하늘이 내려앉는 심정이었어요. 누가 알겠어요. 그걸. 이 지문이 나왔는데 법이 왜 지켜 주지 못하냐고.]
남겨진 지문 반쪽으로 풀어낸 12년 전 장기 미제 사건.
하지만 살인 증거로는 부족했고,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YTN 지환[haj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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