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북한에서 처음으로 국비 유학생에 선발돼 독일로 간 청년이 어느덧 아흔의 나이가 됐습니다.
얼마 전, 통일이 되면 한반도를 위한 귀중한 자료가 되길 바란다며 '함흥시 도시개혁'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김운경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기자]
독일에 살고 있는 신동삼 씨.
신 씨의 고향은 함경남도 함흥에서 남쪽으로 10km 떨어진 '풍양리'라는 작은 마을입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동독 국비 유학생에 선발돼 독일로 삶의 터전을 옮겨온 지 어느덧 60여 년.
독일로 가는 비행기 창 너머 그가 살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았습니다.
[신동삼 / 90세· 북한 국비 유학생 출신 건축학 박사 : 2주일 거의 되어서 모스크바에 도착했어요. 모스크바에 도착하니까 호텔이 나와요. 호텔에 들어가니까 목욕탕이 있어요. 목욕탕에서 묵은 때를 정리하고 그때 든 생각이 천당이로구나….]
가족을 남겨두고 독일로 떠나와 마음 편할 날 없었습니다.
북한 정부의 감시 탓에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 편지는 가족의 안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가장 귀중하신 오빠의 식구가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나에게는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드레스덴 공대 건축과에 입학해 독일어를 배우고, 건축 공부를 했습니다.
당시 북한과 다를 것 없는 공산 체제의 동독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결국 1959년, 목숨을 걸고 서독으로 망명을 했습니다.
[신동삼 / 90세· 북한 국비 유학생 출신 건축학 박사 : 1959년 8.15 광복절인데 우리 대사관에 통역하러 간다(고 했어요.) 기차에서 그렇게 말하니까 오케이. 신분증을 보여달라….]
독일에서 건축 설계사로 일하다 은퇴했지만, 한반도 도시 개혁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드디어 평생을 쏟아부은 '함흥시 도시개혁'에 관한 박사 학위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훗날 통일이 되면 새로운 한반도를 설계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됐으면 합니다.
[신동삼 / 90세· 북한 국비 유학생 출신 건축학 박사 : 우선 우리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할 것은 편지를 서로 하고, 서로 자유롭게 만나고, 전화도 마음대로 하고…. 우선 그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 씨의 삶에는 식민지 조선과 갈라진 한반도, 분단 독일과 통일 독일의 세월이 아...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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