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 낙태죄 위헌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재생산권을 인정해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있다며 차라리 입법을 통해 허용 범위를 늘리자는 쪽까지 다양한 의견이 맞붙고 있는데, 헌재는 올해 안에 결정을 내릴 전망입니다.
권남기 기자입니다.
[기자]
태아에게 심각한 장애가 있음을 안 여성이 임신 중절을 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24주'입니다.
주변의 찬성과 반대 의견 속 갈등하는 주인공에게, 수술 날 만난 산파는 이렇게 말합니다.
[영화 '24주' 中 :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고, 쉽게 판단해서도 안 되죠.]
우리나라 법은 강간으로 인한 임신 등 일부 예외를 빼면 임신 중절을 아예 금지합니다.
이런 현행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돼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습니다.
헌재는 앞서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보다 우선한다며 지난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 뒤 6년 동안, 낙태죄를 폐지해달라며 20만 명 넘게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렸고,
[조 국 / 청와대 민정수석(지난해 11월) :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성의 출산과 임신 중지의 권리를 기본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윤정원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 : 여성에게 있어서 언제 엄마가 될지, 엄마가 될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이걸 재생산권이라고 하는데요. 이건 사실 기본권이자 인권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낙태죄 합헌 주장도 여전합니다.
종교 단체를 중심으로, 처벌하지 않으면 낙태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낙태죄 자체는 문제가 없으니 입법을 통해 허용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절충안도 있습니다.
[정현미 /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생명을 무너뜨리면 다 무너지는 거예요. (임신 중절을) 불법 영역에서 합법으로 돌리지만, 이것을 줄여나가고 예방으로 가야 한다는….]
앞서 위헌정족수 6명에 못 미치는 4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던 헌법재판소.
여성과 종교단체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진보 성향 재판관들로의 교체를 앞둔 헌재가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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