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쓰러질라…‘가는 데 1km’ 너무 먼 쉼터

2018-08-07 5



전국 곳곳에는 주민들이 더위를 피해 쉴 수 있도록 무더위 쉼터가 마련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무더위 쉼터, 있으나마나한 곳이 적지 않습니다.

정현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래된 집들이 모여 있는 서울 한 주택가.

이곳에 사는 노인들은 시원한 무더위 쉼터에 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1km를 걸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을 주민]
"(쉼터까지) 엄청 걸어요. (어르신들이) 더위 식히려고 주차장 같은 곳에 있어서 욕먹고 그래요."

사정이 비슷한 곳은 여기뿐만이 아닙니다.

[정현우 기자]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가입니다. 가장 가까운 무더위 쉼터로 걸어가보겠습니다. 쉼터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20분이나 걸렸는데요. 뙤약볕 밑에서 걷다 보니 온몸이 땀으로 젖었습니다."

무더위쉼터 수용인원이 부풀려진 곳도 있습니다.

이 주민센터는 일부만 쉼터로 사용하고 있는데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4층 건물 전체가 쉼터로 지정, 280명이 이용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구청 관계자]
"(4층 전체를 무더위 쉼터로 쓰는 건 아니죠?) 예 그렇죠. 3.3제곱미터로 나눈 인원수를 수용 가능 인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좁은 마을 도서관을 쉼터로 정한 곳도 있습니다.

오고가는 주민들 사이에 기댈곳 조차 없는 어르신들은 바닥에 누워버렸습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올해 전국적으로 무더위 쉼터는 지난해 보다 2100개 넘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개수 늘리기보다 시민들의 편의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널A 뉴스 정현우입니다.

정현우 기자 edge@donga.com
영상취재 : 김기범
영상편집 : 오수현
그래픽 : 성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