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재개발 현장 인근의 초등학교들이 먼지와 소음으로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공사가 몇년씩 계속되면서 호흡기 질환 등 장기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건데요.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김민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학교 정문앞 도로로 화물차들이 다니고 길 건너편은 공사장 가림막이 쳐져 있습니다. 올해 3월부터 아파트단지를 짓기 위한 재개발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서인 / 은평초 5학년]
"큰 자동차 같은 게 다녀서 가끔 무서울 때도 있고. 거기서 날아 온 먼지 때문에 창문을 못 열기도 하는 게 불편해요."
공사장은 이곳 뿐만이 아닙니다. 후문쪽에서도 3년 전부터 대규모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초등학교가 앞뒤로 공사장에 둘러싸인 셈입니다.
업체 측에서는 학교 주변과 공사장 내부에 물을 뿌립니다.
그러나 제대로 뿌리고 있을까.
[현장음]
"물 뿌리는 거 처음봐. 오늘 물 처음 뿌렸어요."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선 물을 뿌리지 않고 흙파기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학교 창문은 공사장에서 날아온 먼지가 잔뜩 묻어 있습니다. 참다 못한 학부모들이 구청을 찾아 단체행동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구청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학부모]
"애가 어느 날 갑자기 피부가 쫙 올라와요. 두드러기처럼. 병원에 가면 이유를 알 수 없대요. 2년 반 동안 먼지 다 먹은 거예요."
학교 측은 공사가 시작된 2015년 6월 호흡기 질환을 호소한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고 주장합니다.
[문명근 / 은평초교 교장]
"분노죠. 분노.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대기업이 초등학교에 먼지를 뿌려놓고 도망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서울 서대문구의 또 다른 초등학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김민지 기자]
"이곳은 재개발 철거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이 부근 초등학교는 적어도 3년 간 분진과 소음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놓고 교실 창문을 열기도 힘듭니다.
[김숙영 / 학부모]
"폐가 아파서. 엄마 숨쉬기가 너무 힘들어. 그런데 저의 아들만 그런 게 아니라 애들이 다.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진행하라는 거예요."
방치된 건물에는 쓰레기와 유리조각, 건축 폐기물이 나뒹굴어 사고 위험도 큽니다.
먼지 규정 위반 업체에 부과되는 벌금은 최고 300만 원, 소음 규정을 위반해도 200만 원에 불과합니다.
지자체의 안일한 대응과 솜방망이 처벌이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김민지입니다.
mettymom@donga.com
영상취재 : 김기열 김용균
영상편집 : 강 민
그래픽 : 권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