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난민 복서 이흑산의 사연을 채널A가 보도해 화제가 됐었죠.
이흑산에 이어 길태산이라는 난민 출신 복서가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침체된 한국 복싱계의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지 기대가 됩니다. 이철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길태산의 강펀치에 상대가 맥없이 주저앉습니다. 정확하게 안면을 노린 라이트 훅 한 방이면 충분했습니다.
천안에 사는 길태산이 오랜만에 절친 이흑산을 만났습니다. 둘은 3년 전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카메룬 복싱 대표로 한국 땅을 함께 밟았습니다.
군대 가혹 행위를 피해 망명한 길태산은 한 때 체류 연장 신청 시기를 놓쳐 1년 간 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기도 했습니다. 산전수전 어려운 일을 겪으며 이제는 뼈 속까지 한국인이 다됐습니다.
[길태산 / 난민 복싱선수]
"아 김치 진짜 맛있어!"
지난해 본명 에뚜빌 대신 길태산이란 이름을 지어준 최준규 관장을 따라 다시 글러브를 꼈습니다.
긴 팔과 스피드를 앞세운 아웃복서 이흑산과 달리 길태산은 초반부터 공격적인 승부로 다운을 노리는 전형적인 인파이터입니다.
길태산을 위해 스파링 파트너를 자청한 이흑산. 이흑산에 밀리던 길태산이 복부 연타로 분위기를 바꿉니다.
승패를 넘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됩니다.
[이흑산 / 한국 슈퍼웰터급 챔피언]
"태산이처럼 좋은 선수와 겨룰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길태산 / 난민 복싱선수]
"한국에서 꼭 챔피언이 돼서 도와주신 분들께 보답하겠습니다."
이름처럼 높고 큰 목표를 세운 길태산의 복싱 인생 제2막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채널A 뉴스 이철호입니다.
irontiger@donga.com
영상취재 : 김용균
영상편집 : 조성빈
그래픽 : 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