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년 전 남북 연방제 통일과 함께 중립국을 선언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북한이 소련을 거쳐 미국에 건넨 외교 문서는 다시 우리 정부에 전달됐었는데, 이번에 비밀 해제되며 확인됐습니다.
곽정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모스크바 시민들이 끝도 없이 늘어 서 있고, 수십 대의 사이드카가 김일성이 탄 차를 호위합니다.
[조선중앙TV 기록영화]
"모스크바 시민들이 떨쳐나와 위대한 방문을 하시는 수령님을 열렬히 환영하며"
북한 김일성은 1987년, 이렇듯 친분이 깊던 구 소련을 통해
남북을 통일해 "연방공화국을 세우고 중립국가이자 완충지역임을 선포하는 헌법을 채택하자"고 미국 측에 은밀히 제안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1987년 미·소 정상회담 때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통해 비밀 제안 문서를 당시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했던 겁니다.
문서에는 남북한 병력을 각각 1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휴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등의 제안이 담겨있습니다.
다만 당시 한· 미 정부는 북한의 제안이 현실성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영남 당시 북한 외교부장 등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88 서울올림픽' 참가를 보이콧하는 외교전을 벌인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남북한의 극한 갈등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1987년 외교 문서 1420건이 외교부 심사를 거쳐 공개됐습니다.
채널A뉴스 곽정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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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정기섭
영상편집 : 김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