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는 이 분, 민간 고속열차인 SRT 청소노동자입니다.
청소노동자들은 대부분 우리 어머니 또래 여성노동자들인데요.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보이죠.
승객이나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는 게 아니라 열차를 향해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열차를 향해 인사하는 사람은 이 분뿐만이 아닙니다.
SRT 열차는 보통 8량 열차인데, 열차가 들어올 시간이 되면 청소노동자 8명이 객차 길이 간격으로 쭉 늘어섭니다.
이윽고 기관차가 20m 정도 앞에 다가오면 그때부터 인사가 시작됩니다.
허리를 90도로 구부리는 공손한 인사는 기차가 멈출 때까지 계속됩니다.
왜 사람도 아니고 쇳덩어리 열차를 향해 이렇게까지 인사를 해야 할까?
인사는 객실 청소 담당 용역업체와의 계약서에 공식 업무로 명시돼 있습니다.
이 청소 용역업체는 SRT를 운영하는 SR의 입찰을 따낼 때 깔끔하고 정연한 청소 서비스를 제안했고, 이 인사도 '정연한 청소 서비스'의 일환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SR은 업체 측에 통상보다 비싼 용역료를 지불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연한 청소 서비스'와 열차를 향한 다소 굴욕적인 90도 인사,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누리꾼들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건 예의도 아니고 친절도 아니고 겸손도 아니다" "과잉 친절로 오히려 기분만 상한다" "친절과 겸손을 강제하는 신종 갑질이다" "청소노동자에게 감정노동까지 강요하는 미개한 발상이다"
이렇게 성토하는 글들이 잇따랐습니다.
SR 측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SR 측은 "과거에도 비슷한 항의가 있어 한두 달 정도 인사를 중단시킨 적이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그럼 왜 다시 문제의 인사가 시작된 걸까요?
처음에는 '공손한 서비스'로 홍보해 놓고 이젠 왜 안 하냐'는 식의 민원이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냥 둘러대기 위한 거짓 해명이라면 차라리 마음이 덜 아프겠는데요, 진짜 이런 민원이 많았다면 글쎄요, 정말 씁쓸해지는 대목입니다.
SR 측은 일단 이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인데요.
사람에게 하다 못해 열차를 향해서도 '을'이어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모습, 이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을 더는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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