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예산안 협상에서 여야는 확연히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였습니다.
여당은 명분을 지켜낸 만큼, 크게 손해 본 것이 없다는 분위기지만, 보수 야당은 그야말로 울상이 됐고, 국민의당은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집중 공세에도 정부 원안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국정철학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여소야대 국면 속에 공무원 증원 규모가 원안에서 20% 넘게 줄었고,
아동수당과 법인세 인상 부분도 후퇴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우원식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원내지도부 역시 사람 중심 예산의 원칙과 방향, 가치는 철저히 지키면서 각론에선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 재정 보전, 법인세 인상 등에 강한 반대 의견을 이어간 것과 달리 사실상 빈손 회군이나 다름없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당내에서 정우택 원내대표 등을 향해 합의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자, 원내 지도부는 협상에서 반대 목소리를 분명하게 냈다며 진화에 나서, 결국 정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정우택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3당 원내대표가 이야기한 전체 내용을 수용하기가 어렵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공무원 증원 규모 문제, 법인세 인상 문제.]
이번 협상의 승자는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공무원 증원 규모 등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사안마다 절충안을 꺼내 들면서, 협상 과정에서 강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또, 호남 고속철도 2단계 노선의 무안공항 경유와 헌법 개정, 선거구제 개편 등을 여당과 합의해 실리도 챙겼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김동철 / 국민의당 원내대표 : 이번 예산 정국에서 우리 정치가 지향해야 할 협치의 모델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다당제의 역사적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른정당은 정책 연대를 추진하던 국민의당이 합의 전면에 나서 배신감을 맛봤고, 정의당은 이렇다 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해 두 당 모두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된 비교섭단체의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YTN 조태현[chot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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