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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하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화두 중 하나가 문화 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였죠.
영화계도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영화인들이 직접 나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성폭력을 고발하고,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윤현숙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2년 배우 곽현화 씨가 촬영한 영화 '전망 좋은 집'입니다.
곽 씨는 합의해 편집했던 노출 장면을 동의 없이 감독판에 넣었다며 감독을 고소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곽현화 / 배우 : 한번 노출 장면을 찍은 여자배우는 다른 영화에서 어느 장면이라도 가져다 써도 상관이 없다는 건데, 도대체…. 내가 이 사람에게 배우이긴 한가?]
재작년 한 영화 촬영 중 발생한 여배우 성추행 사건도 강간 연기를 하라는 감독의 지시에 몰입했을 뿐이라는 남자 배우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정하경주 /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 : 피해자(여배우)는 가정 폭력을 보여주는 폭행 장면으로 인지하고 있었는데, 결국 영화계 내 시스템 속에서 남성 감독과 남성 배우가 피해자를 속이고 몰래카메라를 찍은 것이나 다름없다.]
여성단체와 영화인들은 최근 영화계 내에서 잇따라 불거진 성폭력 문제에 연기라는 이름의 면죄부를 내려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상대 배우의 동의 없이 진행된 폭행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폭행일 뿐이라는 겁니다.
남성 중심의 현장에서 압박 속에 구두 합의로 진행되는 노출 장면 촬영 등 잘못된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출 촬영 전 정확한 스토리보드 제작과 의견 교환을 통해 수위를 조정하고 촬영 현장을 통제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가 모범 사례로 꼽혔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촬영 조건 등을 명시한 배우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장기적으로 여성 영화인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영화계 내 구조적 변화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안병호 /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 : 가해자가 나온 현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도 영화가 진행될 수 없다, 내지는 가해자는 영화에 참여할 수 없다, 영화계 내에서 좀 더 분명한 합의가 나와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어렵게 목소리를 낸 배우들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영화인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YTN 윤현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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