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영화 연 관객 1억 명 시대를 맞았지만 특정 대형 상업 영화가 상영관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크린 독과점 현상은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영화 제작이 어려워지고, 관객의 선택권을 가로막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연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민병훈 감독은 4년간 공들여 만든 영화를 개봉 8일 만에 스스로 조기 종영시켰습니다.
복합상영관 즉 멀티플렉스를 어렵게 뚫었지만 특정 상업영화가 인기 시간대를 밀고 들어와 자신의 작품은 심야 시간대만 생색내기로 상영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민병훈 / 독립영화 감독 : 제가 스스로 어떻게 보면 어미가 자식을 죽이는 심정으로 (영화를) 내렸던 이유는 이렇게 불공정한 관행 속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일방적 극장의 통보, 배급사의 통보에 의해서 영화가 관객들에게 볼 권리를 주지 못하는 현실에..]
이른바 스크린 독과점의 희생양이 된 겁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정부의 영화 산업 진흥정책을 등에 업고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급성장한 멀티플렉스의 상영 방식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강한섭 / 서울예대 영화과 교수 : 멀티플렉스는 원래 좋은 거죠. 새로운 기술과 거대자본이 만든 문화의 다양성과 관객의 선택권을 위해서 만든. 그런데 이거를 한국의 거대 자본들이 악용하고 있는 거죠.]
압도적으로 많은 스크린에서 하나의 영화를 동시 개봉하는 이른바 '와이드 릴리즈' 방식입니다.
여기에 상영만 담당했던 대기업이 영화 투자와 배급까지 영역을 넓히는 '수직계열화'가 현실화되면서 스크린 독과점이 더 고착화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제작비에 막대한 홍보비를 투입하고 이른바 인기몰이를 한 뒤 스크린을 싹쓸이해 단기간에 최대 수익을 뽑아내는 구조로 영화산업을 재편해버린 겁니다.
개봉 당시에 전체 스크린 80% 가까이 싹쓸이한 영화 군함도가 대표적입니다.
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14편의 한국 영화 역시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권은희 / 영화관객 : 영화관을 배분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비자가 선택하는 데 있어 편파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김남근 / 변호사 : 한 영화가 지금처럼 50%, 60%까지 상영관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어떤 법...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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