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YTN 뉴스人
■진행: 정찬배 앵커
■출연: 김 훈 (소설 '남한산성' 작가)
◇앵커] 최근에 우리 역사를 어둡게 한 몇 가지 사건이 있죠. 현대사, 우리가 사는 바로 오늘의 어두운 역사 가운데 하나는 세월호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님도 거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혹시 어떤 계획이 있으십니까?
◆인터뷰] 세월호는 참 이야기하기가 참 어려운 것인데 더구나 글로 쓰기에는 어려운 것이죠. 여러 관련자들이 있어요. 학생도 있고 정치권력의 조작이 있고 하여튼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 감추려는 사람, 그 옆에 우는 사람, 통곡하는 사람, 통곡하는 사람 옆에 가서 통닭 먹는 사람도 있어요. 통닭을 먹고 잔치를 벌이는 사람도 있었죠. 다 총체적으로 보이는데.
내가 얼마 전에 안산 분향소를 갔거든요. 안산 분향소에 갔더니 학생들이 선생님께 보낸 편지가 있었어요. 졸업생이 돌아가신 선생님한테. 학생은 살아서 졸업을 했고. 지난번 지방선거 때 이 학생이 처음으로 투표를 했어요. 이 선생님이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가르쳐준 선생님이래요. 학생이 처음 투표를 하면서 이런 얘기를 썼어요. 선생님, 선생님께서 저희들한테 민주주의의 작동원리를 가르쳐주셨는데 오늘 처음으로 내가 투표를 하고 왔습니다. 이 한 표로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겠습니다. 이렇게 써서 선생님 영정에 올려놨더라고요. 그걸 보고 희망은 있구나, 아직 희망은 약하지만 살아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런 것들로 글을 어떻게 써볼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물론 작가이시니까 어떤 소설을 쓰겠다는 말을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더 어려운 측면은 역사 작가이시니까 일단 진실이 밝혀져야 거기에 대한 소설적 해석도 가능할 것 같거든요.
◆인터뷰] 아니, 그렇죠. 그런데 한 가지를 가지고도 형상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앵커] 그러면 지금 떠오르는 영감이라든가...
◆인터뷰] 관찰 기록에 의하면 통곡하는 자와 거기에서 통닭먹는 자들 그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어떤 욕망이, 어떤 이유로 통닭을 먹을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은 영감이라기보다는 내가 그걸 봤거든요. 나는 현장을 관찰하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많이 가봤어요. 그리고 봤죠. 여러 가지의 힘과 인간의 지향성 욕망 이런 것들이 섞여서 부글부글 끓는 꼴을 봤어요, 거기에...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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