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발생한 이탈리아 지진은 한 사회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분명한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같은 지진 발생 지역 안에서도 도시마다 피해 규모가 하늘과 땅 차이인데, 비리가 개입되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가 초래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임장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잔해만 남은 이곳은 초등학교였습니다.
과거 지진으로 한번 무너진 후 다시 문을 연, 지은 지 4년밖에 안 된 건물이었습니다.
더구나 학교만은 튼튼해야 한다며 훨씬 많은 돈을 들여, 내진 설계까지 적용했습니다.
그런데 아무 힘없이 폭삭 무너져버린 겁니다.
시 당국은 비리가 개입됐다며 즉각 공사업체를 고발했습니다.
[인터뷰-세르지오 피로지 / 아마트리체 시장 : 학교가 무너진 것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우리 시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이탈리아 검찰은 지진 피해 지역 상당수 건물이 부실공사 때문에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지진 이후 있었던 복구공사 과정에, 불량 시멘트와 기준미달 벽돌이 사용되며 공사비가 부풀려졌고, 여기에 마피아까지 개입됐다는 겁니다.
비리가 없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정황은 이곳 노르차의 정반대 상황을 보면 확실해집니다.
같은 지진 발생 지역이지만, 일부 건물이 금 간 걸 빼면 멀쩡합니다.
1990년대 지진을 겪은 이후 모든 건물에 내진 설계를 적용했고, 특히 공사 과정에서 철저한 관리 감독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다른 도시들이 초토화되면서 290명이 숨진 반면 사망자는 물론 부상자도 없었던 이유입니다.
결국, 비리가 있고 없고에 따라 재난 이후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린 셈입니다.
YTN 임장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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