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돌아오면 온 국민이 거리로 나와 카퍼레이드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40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우리 주변의 풍경만큼 올림픽 메달을 기념하는 모습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박광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양정모가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지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김포공항부터 서울시청까지 백만 인파가 몰렸고, 시청 앞 환영 대회는 태극기를 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을 갓 지나 개발도상국 걸음마를 떼던 시절.
금메달 숫자는 곧 국력으로 여겨졌습니다.
국민들은 몇 안 되는 TV 앞에서 눈과 귀를 집중했고, 금메달 소식에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헹가래로 기쁨을 자축했습니다.
금메달을 딴 자녀는 나의 자식이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아들딸이었습니다.
국민에게서 빗발치는 축하 전화까지 부모님의 몫이었습니다.
[길옥분 /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양궁 2관왕 김경욱 어머니 : 전 국민이 다 (우리 딸이) 1등 하기를 기도했어요. 마음이 벅차서 말을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수십 년.
국내외의 수많은 프로 스포츠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지금, 사람들의 관심사도 다양해졌습니다.
올림픽의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응원 전화 대신 SNS로 간편하게 응원 문구를 전한 건 벌써 수년 전 시작된 일.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는 방법도 달라졌습니다.
경기 직후 환희와 기쁨이 고스란히 담긴 셀카로, 또 SNS를 통한 감사 인사로 기쁨을 공유합니다.
무엇보다 메달을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우리 선수라서가 아니라 역경을 이겨낸 과정과 도전 정신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눈물 일색이던 선수들의 표정과 소감도 더 당당해지고 밝아졌습니다.
[구본찬 / 리우 올림픽 양궁 2관왕 : 무엇을 하든지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양궁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도 그런 것 같아요.]
예전 약소국의 설움과 가난을 올림픽 메달을 통해 자신감으로 승화시켰던 올림픽 영웅들.
메달에 담긴 땀의 무게는 그대로지만, 후배들이 새로 써가는 메달의 풍경은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YTN 박광렬[parkkr08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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