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지만, 이럴 때 더 외롭고 쓸쓸한 사람도 적지 않은데요.
아픈 역사 속에 고국을 등지고 이역만리 타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 바로 그럴 겁니다.
저 멀리 타국에 남겨진 한인들, 그들의 이야기를 고륜희 PD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러시아 사할린 섬.
겨울이면 혹독한 추위에 바다조차 얼어붙는 땅.
러시아에서 추방당한 죄수들이 살던 척박한 이 땅을,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는 '슬픈 틈새'라고 했습니다.
이곳에는 우리 민족의 아픔과 눈물도 서려 있는데요.
[이예식 / 사할린 동포 : 한국에서도 우리 사할린 어디에 있는지, 우리 동포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 잘 모르고 있죠.]
일제강점기, 사할린에 강제로 끌려온 조선의 청춘들은 탄광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1945년 그토록 기다리던 해방이 됐지만 고국으로 데려가 줄 배는 끝내 오지 않았고, 남겨진 이들은 고향에 돌아갈 날만 손꼽으며 기나긴 세월을 지나왔는데요.
매 순간 고국 생각이 간절했지만 가족들이 한 데 모여 북적이던 명절 때가 되면 그 마음은 몇 배로 커집니다.
[백춘자 / 마카로프시 거주 : 음력 설, 5월 단오, 8월 추석, 보름…. 물 빠지고 그런 거는 우리 부모들이 알려주셨어요.]
슬픈 틈새의 땅에 남겨진 한인들.
이번 설 명절에도 함께 모여 고향 음식을 나누며 향수를 달랩니다.
[박영애 / 82세·코르사코프시 거주 : 설 명절, 추석 다 음력으로 하지요. 양력으로 하는 사람 드물지. (아이들 찾아와서 세배하고 그런 것도 해요?) 네. 용돈 조금씩 주지요. 그게 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거니까….]
[백춘자 / 76세·마카로프시 거주 : 정금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내는 잘 있다 여기서.]
[윤순옥 / 79세·브이코프 거주 : 한국에 사는 우리 친구들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기를 축하한다. 새해 인사를 드린다.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살기를 부탁합니다.]
[배순신 / 사할린 동포 2세 : 우리를 잊지 말라는 그런 바람입니다.]
이곳에 남겨진 한인과 그 후손들은 아직도 3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가난한 시대 속에서 아픈 역사와 고국은 그들을 외면했지만, 슬픈 틈새의 땅에 남겨진 한인들은 단 한 번도 고국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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