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예상가 오랜만에 마을에 활력이 돌았다. 겨우내 집안에 꼭꼭 숨어서 외출조차 하
지 않던 사람들이 마당에서 각자의 일에 열중하는 모습에서 이제 겨울이
끝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박영감도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자신의 활을 점검하고 있었다. 작년 그는
호랑이를 잡기위해 최 씨한테 특별히 주문한 화살을 가지고 산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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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호랑이는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산
을 떠났던 짐승들도 다시 돌아온 것이 아마 호랑이가 다른 곳으로 갔을
거라고 짐작하게 만들었다. 그는 아직 신황이 호랑이를 잡은 사실을 모르
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애써 주문한 화살촉을 시험해보지 못하게 되었다
고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중압감에서 해방되어 한결 편안한 얼굴이었다.
사실 박영감의 나이에 호랑이를 상대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있으면 곰들도 깨어나겠군. 그때 곰 사냥이나 해야겠어.”
올겨울은 유난히 일찍 찾아와서 곰들이 일찍 겨울잠에 들어갔다. 덕분에
곰을 구경조차 못해본 박영감이었다. 원래 호랑이 가죽 다음으로 귀하게
치는 것이 광명경륜 , 코리아레이스 《《 SUN Ma . mE 》》 곰 가죽인지라 곰을 잡아온다면 마을 아낙네들이 좋아할 것이
다.
그때 마을 어귀가 꽤 소란스러워졌다. 아이들이 몰려서 큰소리로 떠들어
대고 마을 아낙들까지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그쪽을 향해 잰걸음을 옮겼
다.
“허허허! 그렇군. 벌써 그 녀석이 올 때가 되었구먼.”
박영감은 보지 않고도 누가 찾아온 것인지 알아차렸다. 이렇게 마을 사람
들 모두의 환영을 받으며 올 사람은 한명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란스런 행차는 곧 마을의 촌장인 박영감의 집 앞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박영감은 비로써 이 요란한 행차의 주인공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셨습니까! 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정해 보여서 다행입니
다.”
“그래! 우인이 자네 왔는가.”
박영감에게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인사를 하는 이제 스물 후반의
인상 좋은 남자, 그가 바로 이곳 탑리 마을을 나가 난주에서 그래도 크게
성공했다는 백우인이었다. 그는 난주에서 상인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
둔 이후에도 매년 한두 차례는 이곳으로 돌아왔다. 수레 한가득 이곳에
필요한 생필품을 채우고 말이다. 때문에 그가 오는 날이 바로 이곳 탑리
마을의 축제날이었다.
“예! 지금쯤이면 날이 풀릴 것이라 생각해서 왔더니 제 생각이 맞았네요.”
“이곳이야 늘 그렇지. 그보다 올해도 또 그렇게 뭘 챙겨가지고 왔구만. 그
러지 않아도 된다니까.”
“하하하! 그냥 약소한 거예요. 비싼 것은 안 사왔으니까 걱정하지 마세
요.”
“알겠네. 어여 올라가 보게나. 자네가 살던 집은 마을 아낙들이 잘 청소해
놔서 깨끗하다네.”
“예~! 저녁때 다시 뵙겠습니다. 수레는 이곳에 놔두고 갈 테니까 촌장님
이 알아서 나눠주십시오.”
“알겠네.”
백우인은 그렇게 박영감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예전에 자신이 살았던 집
으로 올라왔다.
이미 낡고 오래 되서 거의 쓰러져 가는 집,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잘 관
리를 해주어서 아직도 깨끗했다. 그는 잠시 낡은 나무문을 쓰다듬으며 회
상에 잠겼다.
그의 부모는 본래 이곳 사람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 그의 부모는 큰 곤경
에 처했고, 그 대가로 모든 것을 잃고 천하를 떠돌다 이곳에 와서 정착했
다. 빈털터리로 이곳에 흘러들어온 외지 사람, 처음엔 텃세 때문에 그들
을 멀리하던 마을 사람들은 착한 그들의 심성을 알고 조금씩 마음을 열고
그들의 정착을 도왔다. 천하에 갈 곳 없던 차에 받았던 그 조그만 도움,
그리고 마을사람들의 환대, 그들은 그것을 잊지 못했다. 나중에 살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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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지고 다시 자신들의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어도 그들은 이곳 탑
리 마을에서의 삶을 잊지 못했다.
백우인은 그런 부모가 이곳에서 난 아이다. 그는 열다섯 살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때문에 백우인에게 이곳은 고향이고 마음의 안식처였다. 때문에
이미 돌아가신 그의 부모들도 이곳을 항상 그리워했다. 오죽했으면 돌아
가실 때 해마다 이곳에 필요한 물건을 잘 챙겨주라고 당부 했을까. 때문
에 백우인은 매해 봄과 가을에 마을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이나 생필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가지고 이곳을 찾았다.
“이곳은 변한 것이 없구나. 다시 이곳에 와서 살았으면 좋겠구나.”
난주에서 제법 큰 상회를 하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는
이곳에서의 삶이 늘 그리웠다. 비록 없는 것도 많고 지루할 정도로 똑같
은 일상의 반복이었지만 그래도 이곳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있고 여유가
있었다. 그는 그것이 그리웠다. 지금 그의 삶에는 여유가 거의 없었으니
까.
“어~? 우인이 아저씨 오셨네요.”
백우인이 감상에 젖어있을 때 왠 아이의 음성이 그를 깨웠다. 고개를 들
어보니 그곳엔 아룡이 목검을 어깨에 떡하니 걸치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
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