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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0

밟고는 삽으로 풀도 몇 포기 심었고 그 위에 잡다한 돌 부스러기까
지 쌓아놓는 것이 아마 사람 눈에 띄지 않도록 세심히 신경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모든 걸 끝내고 나서야 그곳을 떠났지
요.
주사형이 멀리 사라지자 그제서야 청매는 구덩이를 마저 파 아이
를 묻었습니다. 그리고는 곧장 주사형이 묻었던 그곳으로 가서 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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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가 뭘 묻었나 보려는 것이었겠지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대가 그냥 내버려 두었다면 내가 팠을텐데 내 수고를 덜어 주는
군.)
청매가 삽을 들어 몇 번을 파들어 가는데 갑자기 주사형이 무덤
뒤에서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 청문 누이. 뭘 하는 게요? '
그의 성격은 워낙 주도면밀했으므로 일을 마친 후에도 가버리는
척하다가 다시 살피러 온 것이었습니다. 청매는 너무 놀라 삽을 땅
에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주사형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지요.
' 청문 누이, 그대 내가 묻은 것이 무엇이지 알듯이 나 또한 그대
가 묻은 것의 정체를 알고 있소. 만일 그대가 먼저 폭로한다면 나
또한 그럴 것이오. 그대가 이 사실을 숨긴다면 나 또한 그러할 것
이오. '
' 좋아요. 그럼 오라버니부터 맹세를 하세요. '
주사형이 먼저 서약을 하자 청매도 그를 따라했습니다. 두 사람은
사람들을 속이기로 약속을 하고는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두 사람은 뭔가 서로 은밀한 내통이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청
매가 낳은 그 아이는 주사형의 아이가 아닌 게 거의 확실했습
매가 낳은 그 아이는 주사형의 아이가 아닌 게 거의 확실했습니다.
나는 그들의 뒤를 소리없이 따르면서 그들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친
밀한 기미를 보이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죽일 생각이었습니다. 그때
내 손에는 독을 묻힌 암기가 들려 있었지요.
운이 좋았던지, 그들은 묘지에서 집으로 돌아가면서 서로 멀찌감
치 떨어져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습니다. 마치 그들이 서로 입만 뻥
긋하면 죽을 줄 알았다는 듯이 말입니다.
청매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는 아주 구슬프게 울기 시작했습니
다. 나는 그때 그녀의 창 아래에 서서 이리저리 온갖 궁리를 다하고
있었지요. 앞뒤 가릴 것 없이 뛰어들어가 단칼에 그녀를 베러 버릴
까, 전가의 집에 불을 놓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까, 그녀의 이 추
악한 일을 온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떠벌이고 다닐까, 아니면 그녀
를 껴안고 한바탕 울어나 볼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묘안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나는 한 가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금은 모르는 척 태연히 있으면서 다음에 그 간부(奸夫)가 누구
인지 밝혀 봐야지.)
내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내 몸은 얼음처럼 차가왔지요. 아버지께서
깊은 잠에 빠져 계신 옆에서 한동안 멍청히 서있었습니다. 그때 완
사숙이 와서 전백부께서 내게 할 말이 있다고 가 보라고 전해줬지요.
나는 속으로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그가 어떻게 말하나 한번 들어보자. 내가 파혼하
겠다고 해보자. 그래도 내가 모르는 줄 알고 속이려 들까?)
완사숙은 밤이 깊어 자기는 전해 주기만 하고 돌아갈 테니 혼자
가라고 했습니다. 나는 예측 못했던 상황에 겁이 덜컥 나서 아버지
를 깨워서 방비하고 계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은 무기와
암기를 지니고, 화살까지 장포 속에 숨겼지요.
전백부의 방에 당도해 보니 그는 침대에 누워 침대 꼭대기를 쳐다
보며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그는 손에 서신 한 장을 들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온 줄도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내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여
그를 불렀더니 몹시 놀라며 그 백지를 이불 밑으로 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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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자안, 자네로군. '
나는 참으로 의아했지요.
(자기가 날 불러 놓고서는 어째서 이처럼 딴청을 부리나.)
그러나 그의 표정을 보니 정말 굉장히 놀란 듯 싶었습니다. 그는
내게 방문을 닫게 하고는 창문은 열어놓으라 했습니다. 창 밖에서
누군가 엿들을까 경계하는 듯 했습니다. 그는 내가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습니다.
' 자안, 지금 내가 몹시 위급하니 내 한 목숨은 전적으로 자네에게
달렸네. 날 위해 한 가지 일을 맡아 주어야겠네. ' "
조운기는 그렇지 않아도 심술이 나 있었는데 이 말을 들으니 도저
히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 어디서 허튼 수작이냐, 수작이! 내 사부님의 무공이 어떤 경지인
데 너 같은 자식에게 구원을 청해! "
도자안은 마치 그가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인 것처럼 일별도 주지 않
은 채 보수대사를 비롯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 나는 그의 이 두 마디를 듣고 놀랍기도 하고 의심스런 생각도 들
어서 급히 물었습니다.
' 백부께서 명하시기만 한다면 이 한 몸 물불인들 가리겠습니까? '
내 말을 들은 전백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불 속에서 기다랗고,
비단으로 싼 보따리를 꺼내 내게 건네 주었습니다.
' 너는 이것을 가지고 밤을 틈타 관외로 나가 사람이 없는 은밀한
곳에 파묻고 와라. 만일 아무에게도 발각되지 않는다면 그로써 이
내 한 목숨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
내가 그걸 받아 들어 보니 무겁기도 하고 딱딱한 것이 철기인 듯
했습니다.
' 이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누가 백부님을 해치려 든단 말입니까?'
하는 내 물음에 전숙부는 단지 손을 몇 번 휘저으며 몹시 피곤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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