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이 통하여 그의 말을 들은 유원학은 대번에 그 뜻을 알아차리
고 웅원헌과 등을 맞대며 그를 도울 태세를 차렸다.
그 왼족 아이는 이 수많은 적수들이 각자 꿍꿍이 속이 있다고
생각했다.
쌍둥이의 검술이 아무리 고명하다 해도 둘이서 아홉을 대적해
서는 패할 것이 뻔한 이치인데, 아홉사람이 저마다 다른 뜻을 품
고 있으니, 공격하는 초식의 횟수보다 서로 견제함이 더 많았다.
전청문은 유원학과 웅원헌이 두 손은 쌍둥이를 공격할지라도
눈빛이 줄곧 완사중의 몸을 살피는 것을 보고 그들의 본심을 알
아차렸다.
"완사숙, 철합을 조심하세요."
완사중은 싸움을 오래 끌게 되자 마음이 초초하였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아 아홉이면서도 저 두 아이를 처치하지 못하고 있는데
게다가 철합까지 잃게 된다면, 체면이 깍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
고 이후로는 차마 얼굴을 내놓고 다닐 수도 없을 것이다.)
그는 잠시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에 눈앞에 칼날이 스쳐 지나
갔다. 오른쪽 아이가 주운양과 조운기의 공격을 피하고 나서 어
느 틈에 다시 완사중을 공격한 것이다.
완사중은 등골이 오싹하였다. 여기의 아홉 무인들중에서 무공
의 수를 논한다면 그가 가장 높은 것이 틀림없었다. 드디어 그는
천룡검법의 비술을 펼치니 도씨 부자와 유, 웅 사형제등이 모두
무기를 거두고 뒤로 물러섰다. 은길은 뒤로 물러나 문을 지키고
서서 북종 검술의 오묘함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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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사중은 모두 물러서서 공간이 생기자, 장검의 움직은 더욱
영묘해졌다. 그는 정신을 모아 두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설중
탐조'로 오른쪽 아이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쳤다. 이 일초는 실로
눈깜짝 할사이에 펼친 것이었는데, 오른쪽 아이는 유원학의 철봉
과 검을 맞대고 있는데 갑자기 날아드는 칼을 보고 재빨리 몸을
움츠렸으나 삭!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머리를 묶었던 실에 달려
있는 구슬이 반쪽으로 갈라져 땅에 떨어졌다.
쌍둥이는 동시에 얼굴색이 변하였다.
오른쪽 아이가 소리쳤다.
"형!"
조그만 입이 이그러지면서 금방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완사중은 기분좋게 웃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번쩍 하는 빛
이 지나면서 '띵띵' 하는 소리가 났다. 주운양과 웅원헌의 장검
이 어떤 무기에 의해서 부러진 것이다. 두 사람이 깜짝 놀라 다
가서 보니, 쌍둥이의 손에 눈부시게 빛나는 비수가 들려 있었다.
왼쪽 아이가 말했다.
"너도 그들에게 빛을 갚아 줘!"
오른쪽 아이의 손에서 휙휙 칼이 날아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조운기와 은길의 장검에 적중하여 두 동강을 내버린다. 그 비수
는 쇠도 자르고 옥도 깨뜨리는 보검이었다. 조운기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다 연달아서 날아드는 비수에 왼쪽 옆구리가 스쳐 허
리에 찼던 검집마저 두동강이 났다.
오른쪽 아이는 오른손에는 장검을, 왼손에는 비수를 들고 완사
중을 집중 공격한다. 그들이 양손에 무기를 들자, 검법은 크게
달라졌다. 완사중은 놀랍고도 화가 나서 순간적으로 그의 검로
(劍路)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그 비수가 날아들어오면서 한기
가 느껴져 감히 자신의 검으로 막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물러 설
수 밖에 없었다. 오른쪽 아이는 주위 사람은 개의치 않고 계속
몰아갔다.
쌍둥이는 등을 맞대고 서서 한 아이는 남은 적수들을 상대하고
다른 한 아이가 완사중과 단독으로 싸울 수 있게 했다. 다시 비
수는 도백세의 철채찍 마저 찢어 버렸다. 유원학과 도자안은 감
히 대적하지 못하고 원을 그리며 주춤거릴 뿐이었다. 은길, 조운
기, 주운양, 전청문 네 사람은 완사중이 구석에 몰려 더 이상 물
러설 곳이 없는 것을 보고 초조하기 이를데 없어 도울려 나서려
해도, 첫째로 네명중 세명에게는 무기가 없엇고, 둘째는 왼쪽 아
이의 방해때문에 어쩔수가 없었다.
보수대사는 곁에서 줄곧 쌍둥이의 까 검법을 지켜보면서, 기이
함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 쌍둥이가 조운기와 대적할때 그들의
검술은 그저 평범한 것이었으나, 상대의 수가 늘어날수록 쌍둥이
의 검법의 위력은 더욱 강해졌던 것이다. 그러다가 돌연 비수를
꺼내 들더니 정세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그 때 왼쪽 아이의 칼이 연달아 번쩍이더니 도자안과 유원학의
무기도 잘려 나갔다. 왼쪽 아이와 싸우던 여덟 사람중 전청문의
무기만이 잘려 나가지 않았을 뿐이다. 그녀 혼자서 당해낼수 없
다는 것은 뻔한 이치였으나, 왼쪽 아이는 그녀가 그들에게 과일
을 주었던 친절함 때문인지 전청문의 무기만은 내버려 두었다.
완사중은 귀퉁이에 몰려 벽을 등에 대고 힘겹게 싸우고 있었
다. 오른쪽 아이의 장검이 그의 가슴을 향하는 것을 보고 곧 '등
교기봉'으로 응수했다.. 이것은 세세(洗勢)의 일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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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결에 이르기를,
"고래세, 저래격, 이래엄, 외래말, 중래자."
(高來洗, 低來擊, 裏來掩, 外來抹, 中來刺)
여기서 세(洗), 격(擊), 엄(掩), 말(抹), 자(刺) 다섯 자는 모
든 검술의 요결인 것이다. 완사중이 상대의 검이 높은곳에서 내
리침을 보고 세(洗)자의 비결로서 응수하였더니, 과연 그 비결이
틀리지 않아 상대의 검과 서로 교차되어 손목에 힘을 주자 적의
검이 밀려내려감을 느끼며 크게 기뻐 생각했다.
(네가 검술에서 나보다 능통할수 있을지 모르지만 손목 힘마저
도 네가 나보다 강할수 있겠느냐 ?)
그는 기회를 잡아 반격을 가하였으나 오른쪽 아이는 장검을 움
츠리며 왼손의 비수를 날려 그의 장검을 또 동강내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