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
" 틈왕이 북경을 쳐부수고 들어갔을 때 명조(明朝)에 아부하던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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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대장들이 수없이 투항해 왔습니다. 이 자들은 부호(富豪)가 아닌
사람이 없었으므로 틈왕의 부하들이 그들에게 금은보화를 헌납하도
록 압력을 넣었지요. 며칠만에 보물이 산더미처럼 쌓였고, 후에 틈
왕이 북경을 떠날 때, 그 보물을 은밀한 장소에 감춰 두어 장래에
권토중래(捲土重來)할 때가 오면 군마비로 충당하려 했었지요. 그는
보물을 감춰 둔 장소를 그림으로 그려 두었습니다. 그 그림이 바로
보물을 찾는 관건인데, 그 그림을 군도에 감추었다는 것입니다. 틈
왕은 그 군도를 구궁산에서 비천호리에게 주었고, 비천호리가 피살
된 후에는 세 의형제의 수중에 있었으나 오래지 않아 다시 비천호리
의 아들이 빼앗아 갔습니다.
백여 년 간 그 군도를 차지하기 위해 아웅다웅하다가 결국 군도는
천룡문 전씨가 차지하게 되었고, 그림은 묘가에서 대대로 물려 받았
습니다. 그러나 묘, 전 두 집안은 이러한 비밀을 몰라 그 보물이 감
춰진 곳을 찾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 비밀은 호가에서만 전해져
내려왔으나, 군도와 그림이 모두 수중에 없는 호가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지요.
호일도 어른은 이 사실을 금면불에게 알려 보물을 찾으라고 하려
했습니다. 보물을 찾아 천하의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고, 또 이 막
대한 제물로 대사를 일으켜 야만인들을 내쫓고 한민족의 산하를 되
찾자고 간청하려 했던 것입니다.
금면불이 이 세 가지 비밀을 모두 알았는데도 어째서 여전히 그와
목숨을 걸고 싸웠는지 호일도 어른은 죽을 때까지 이해할 수 없었습
니다. "
여기까지 말한 그 하인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열심히 얘
기를 듣기만 할 뿐 아무 얘기가 없었던 도백세가 불쑥 끼어들며 말했
다.
" 금면불이 어째서 여전히 호일도와 싸우려 했는지, 나는 알겠소.
그건 그렇고, 묻겠는데, 당신은 이 산꼭대기에 뭐하러 왔소? "
이 질문은 바로 모든 사람이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평아사가 결연히 말했다.
" 나는 호일도 어른의 원한을 갚으러 왔소이다. "
도백세가 말했다.
" 원한을 갚는다고? 누구를 찾아 원수를 갚는다는 거요? "
평아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 호일도 어른을 죽인 자입니다. "
묘약란이 얼굴색이 하얗게 질리며 말했다.
" 우리 아버지를 찾아 온 것이오? "
평아사가 말했다.
" 호일도 어른을 죽인 것은 금면불이 아니고, 당시에 염기라는 이름
으로 불리우던 의원이며 지금은 출가해서 중이 된 보수라고 불리우
는 바로 저 자이오! "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호일도가 어떻게 보수에게 죽음을 당할 수 있겠는가?)
보수대사는 몸을 일으키며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는 말하였다.
" 좋다! 네가 실력이 있다면 나를 죽여라. 어서 덤벼라! "
평아사가 말했다.
" 나는 이미 손을 써 두었다. 오늘부터 따져서 너는 앞으로 칠 일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그가 도대체 언제 손을 써 놨단 말인가? 보
수는 마음으로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지만, 입으로는 욕설을 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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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 네놈의 그까짓 실력으로 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
평아사가 말했다.
" 너뿐만이 아니고,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칠 일 밤낮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
사람들은 너무도 놀라 혹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고, 혹은 그 하인
을 노려보았다. 모두들 이 산꼭대기로 올라온 이후에 줄곧 불안한 마
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평아사의 이런 말이 아무리 황당무계한 것이
라 해도 마음이 더욱더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보수대사가 흥분하여 말했다.
" 차에다 독약을 탔느냐? "
평아사는 차갑게 말했다.
" 네가 만일 독을 먹었다면 훨씬 빨리 죽을 테니 그렇게 편하게 내
버려 둘 수가 있겠느냐? 나는 네 놈을 서서히 굶어 죽게 할 것이다."
조운기와 도백세가 일제히 소리쳤다.
" 굶어 죽는다고? "
평아사가 침착하게 말했다.
" 그렇소. 이 꼭대기에는 십 일 분의 양식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하루 분도 없소. 내가 모두 산 밑으로 버렸으니까. "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는 가운데, 보수대사가 돌연 금나수(擒拿手)
를 펼쳐 그의 왼쪽 어깨를 움켜쥐었다. 평아사는 오른쪽 팔이 없었으
므로 전혀 항거하지도 못한 채 냉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조운기와
주운양이 바로 그의 앞에 버티고 서서 그가 손만 까딱 해도 일격을
가할 기세였다.
우 관리인은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다시 돌아왔는데
창백해진 얼굴로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 산장에 있던 양식이란 양식은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저
하인 놈이 모두 산 밑으로 버렸나 봅니다. "
그때 '퍽' 하는 소리가 나더니 가슴팍에 조운기의 일격을 맞은 평
아사가 '윽'하고 선혈을 토하며 고꾸라졌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차
가운 미소를 띄우고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보수대사가 말했다.
" 식량 창고나 주방을 지키는 사람이 없었단 말이오? "
우 관리인이 말했다.
" 멍청한 녀석들 세 명이 모두 저 녀석에게 묶임을 당했습니다. 아!
꼬마녀석들 둘이 이곳에서 소란을 피워, 모두들 그것을 구경하게 한
것이 바로 설산비호의 조호이산(調虎離散)의 계략이란 걸 누가 알았
겠습니까? 묘 아가씨, 저희들은 모두 저자가 아가씨께서 데리고 온
하인인 줄만 알았답니다. "
묘약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