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답니다. 그가 묘가검법으로 산동의 대호인 상검명의 팔괘도를
해치운 것만 봐도 가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요. 저희 아버지께서
는 호백부만큼 오성(悟性)이 뛰어나지 못하셨는데, 다행히 십팔 반
무예에 모두 통달하셨기 때문에 호가도는 생소해도 소년시절 단도를
익힌 적이 있었으므로 호백부와 대등하게 싸울 수가 있었답니다.
오후가 되자 두 사람의 발은 점점 침온하고 무거워졌으며 손은 점
점 느려졌습니다.
호백부가 갑자기 말했습니다.
' 묘형, 형의 이번 폐문철선도(閉門鐵扇刀)는 너무 빨랐소이다. '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가르치을 주시오. 나는 충분히 천천히 했소이다. '
두 사람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면서도 상대방 초식에 미흡한 점
이 있으면 서로 진정한 마음으로 지적해 주었답니다. 그렇게 수백
합을 겨루고 나자 두 사람의 초수는 점점 완숙해져 갔답니다.
아버지는 호백부의 묘가검법이 갈수록 정통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놀람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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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학검(學劍)의 능력이 나의 학도(學刀)의 능력보다 월등하구
나. 시간을 끌수록 내가 어린 시절 익혔던 도법은 소용이 없겠는걸.
당장 변초(變招)하지 않으면 패할 것이란 걸 의심할 바 없겠어.)
아버지께서는 항상 '사구략파' (沙鷗략波)라는 일초로 바꾸었는데,
그것은 본래 하수도(下手刀)를 먼저 내려치고 상수도(上手刀)가 그
다음인 초식인데, 아버지께서 고의로 초식을 바꾸어 상수도를 먼저
내리치고 하수도를 나중에 쳤습니다.
호백부는 당황하여 소리쳤습니다.
' 틀렸소. '
아버지는 소리질렀습니다.
' 칼을 받으시오! '
단도가 순간 뒤집히더니 하수도가 돌연 상수도로 변하였답니다.
이것은 아버지께서 스스로 창안한 도법으로, 호가도법에서 나온 것
이긴 하나 그 변환이 신기하여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초식이었지요.
만일 상대가 호백부가 아니었다면 혹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나,
고지식한 호백부는 호가도법만 숙지하고 있어 저희 아버지가 때에
따라 변초하여 새로운 초식을 만드시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는 손도 못 써본 채 아버지의 칼끝은 이미 그의 왼팔에
상처를 내었습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지요. 그런데
호백부가 나는 듯이 아버지를 걷어 차니, 아버지께서는 땅에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셨답니다. 바로 허리 부분의 경문혈(京門穴)을 걷어채
인 것이지요.
범방주와 전상공 그리고 많은 장한들이 달려들었습니다. 호백부는
수중의 장검을 내려놓고, 두 손을 바삐 움직여 달려드는 적들을 움
켜쥐고는 멀리 집어던져 버렸답니다. 그리고는 곧 아버지를 부축해
일으켜 드리고 혈도를 풀어 주었답니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지요.
' 묘형, 형이 자창한 신초는 정말 대단하오. 나의 호가도법은 매
번 초식마다 다음을 준비하는데, 묘대협이 두 번 연속으로 상수도를
쳤으니, 자연 허리에 빈 틈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소이다. '
아버지는 묵묵히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지요. 허리 부분에 계속
통증이 와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답니다.
호백부가 또 말했습니다.
' 만일 형의 손이 관대하지 않았다면 나의 이 왼쪽 팔이 이미 잘
리웠을 테지요. 오늘은 돌아가 편히 쉬고는 내일 다시 대결하는 것
이 어떻겠소? '
아버지께서는 통증을 참으며 말씀하셨습니다.
' 호형, 나는 어쨌든 형의 한쪽 팔을 내려쳤고, 호형은 발길질로
충분히 나를 죽게 할 수도 있었소이다. 이런 당신의 사람됨을 보건
대 결코 선친을 암술로써 살해했다고는 믿을 수 없소. 호형, 정말
바른 말을 해주시오. 도대체 누가 선친을 해쳤소이까? '
호백부는 얼굴에 놀라는 기색을 나타내며 말했습니다.
' 내가 이미 묘형께 말하지 않았소? 믿지 못하겠다면 우리는 다시
싸워야 겠구료. '
아버지께서는 다시 물었습니다.
' 호형이 나에게 말했다고? 언제 말했단 말이오? '
그때, 호백부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한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
며 말했답니다.
' 네가... 네놈이.... '
홀연 외마디 소리를 내더니 두 무릎을 꿇고는 땅바닥에 쓰러졌답
니다. 아버지는 깜짝 놀라셔서 급히 그를 부축하고 보니 그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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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이미 변하였고,
' 오냐, 좋다. 네가... '
라고 하고는 고개를 떨구고 숨지고 말았답니다. "
" 아버지는 너무도 괴이한 일이라고 생각하셨지요. 호백부는 몸이
건장하여 그까짓 팔의 상처로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요.
아버님은 그를 부둥켜 안고 소리쳤습니다.
' 호형! 호형! '
그러나 그의 얼굴은 점점 검은 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
이 독을 맞은 듯 하였답니다. 아버지는 그의 옷을 찢어 보았지요.
이미 그의 왼쪽 팔이 퉁퉁 부어올라 있었고, 상처에서도 시커먼 피
가 흐르고 있었답니다.
호백모는 놀랍고 슬퍼서 아기를 내려놓고 그 단도를 자세히 살펴
보았지요. 그때 저의 아버지도 그 칼끝에 독이 발려져 있다는 걸 알
았습니다. 호백모는 아버지를 쳐다보고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 묘대협, 이 단도는 묘대협의 친구에게서 빌린 것이지요? 우리
오라버니가 칼에 독이 묻어 있는 걸 모르셨듯이, 묘대협께서도 그런
사실을 모르셨겠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두 분이 이 무기를 쓰셨을
리가 없을 테니까요. 이미 오라버니의 목숨이 끊어졌으니 누구를 탓
하겠습니까? 저는 본시 오라버니께 내가 친히 아기를 기르겠다고 다
짐하였지만, 지난 닷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