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잠글때 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하니, 그가 말했습니다.
'도둑맞으면 내가 모두 보상하겠습니다.'
그는 소승을 데리고 평안객점이라는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곳은 이 고장에서 하나밖에 없는 여관이었는데 북경에서 오는 파
발꾼이나 장사꾼들이 전적으로 이용하는 곳이었지요. 장소가 좁
은 편은 아니었지만 지저분하고 더러운 곳이어서 소승은 이런 부
호가 어떻게 이런 곳에 머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승이 이
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는 내 손을 잡고 여관의 거실로
데려갔습니다. 거실에는 촛불이 밝혀져 있었고 네 다섯명의 남자
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소승의 손을 잡고 있던 그 사람이
'의원이 왔습니다.'
라고 말하자 사람들의 얼굴에 희색이 만면하더니 소승을 둘러
싸고 동쪽 편에 난 방으로 데려갔습니다.
소승은 그방에 들어서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는
네 사람이 나란히 누워 있었는데, 모두들 온통 피투성이였으니까
요. 그들은 모두 중상을 입고 있었지요. 어떤 사람은 얼굴을 칼
로 베인 흔적이 있었고, 어떤 사람은 팔을 잘리웠더군요. 소승이
물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다쳤습니까? 굉장한 사람에게 당한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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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그러자 한 사내가 소리쳤습니다.
'어서 상처나 치료하시요. 다른 일에는 간섭하지 마시요.'
소승은 흉흉한 분위기때문에 다시 물어보지 못하고 그 네명의
부상자를 치료하였습니다. 그 네명을 치료하고 나니까 그 사내가
말했습니다.
'이쪽에 또 있습니다.'
그를 따라 서쪽 편의 방으로 가보니, 거기에도 세 명의 부상자
가 누워있었는데, 그들도 온몸에 무수한 칼자국이 나 있었습니
다. 그들에게는 약을 발라 지혈을 해 주었고, 통증을 멈추게 하
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약제를 다려 주었습니다. 일곱명의 부상자
들은 차례로 잠이 들었습니다. 그 몇 명의 사내들은 소승의 약이
효과를 나타내자 소승을 그전처럼 흉악하게 대하지 않고, 그들의
상처를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새벽이 되자 문 밖에
서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렸고, 사내들이 일제히 나가 맞이 하
였습니다. 소승이 자는척하며 홈쳐보니 두 사람이 들어오는데,
한 사람은 거지처럼 변장을 한 두 눈이 번뜩이는 사람이었고, 다
른 한 사람은 얼굴이 청수하여 그다지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았
습니다. 이 두 사람이 부상자들을 살펴보러 다가가자, 누워있던
부상자들은 아픔을 참으면서 일어나 그 두 사람에게 지극히 공손
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소승은 그들이 그 거지를 범방주(范幇主)
라 부르고 청년을 전상공(田相公)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습니
다."
보수대사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잠시 머뭇거리면서 전청문에게
말했다.
"내가 처음 부친을 뵈었을 때 아가씨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
지요. 아까시 부친께서는 사람이 매우 정명하였고, 그 날의 준수
하고 위엄있는 모습을 소승은 지금도 눈앞에 보는듯합니다."
전청문을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보수대사가 말했다.
"부상을 입지 않은 사내들 중에 한 사람이 낮은 소리로 말했습
니다.
'범방주, 전상공, 장가 형제가 관외에서부터 줄곧 그자 부부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며 살펴보니까 틀림없이 철합을 그자가 가
지고 있더랍니다.'
라고요."
철합이란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
했다.
(이제 핵심을 말하는군.)
보수대사는 말을 계속 했다.
"범방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사내가 또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들은 당관둔에서 지키고 있으면서 사람을 보내 두분과
금면불 묘대협께 편지를 띄웠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그 자
에게 글켰지요. 그가 길을 막아서며 말했습니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하는데 어째서 나를 쫓아 오느냐? 너희들
은 묘, 범, 전 세 집안의 일당들이 보낸 자들이로구나.]
그래서 장대형이 말했습니다.
[알았으면 됐소.]
그 자의 얼굴이 심각해지더니, 돌연 손을 뻗쳐 장대형의 칼을
빼앗아 두동강을 내고 말았습니다. 동강낸 칼을 땅에 내 던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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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쳤습니다.
[나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 어서 꺼져
라!]
우리는 그자가 손으로 칼을 꺽는 것을 보고 모두 함께 앞으로
나섰는데, 장 대형이 그 자의 처의 배를 발길로 찼습니다.
그러자 그가 화가 나서 말했습니다.
[나는 너희들을 놔주려 했는데, 너희는 이렇게 무례하게 구느
냐?]
그러더니 칼을 휘둘러 단숨에 우리 일곱명을 해치웠습니다.'
전상공이 물었습니다.
'그가 또 무슨 이야기를 했나요?'
그 사내가 말을 했습니다.
'그 자가 사람을 더 해치려 하자 그의 처가 마차 안에서 소리
쳤습니다.
[그만둬요! 아직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해 선행을 쌓으세
요.]
그러자 그자가 웃으면서 자기의 검을 부러뜨리고 말았습니다.'
전상공이 범방주를 한번 쳐다보더니 다시 사내에게 물었습니
다.
'똑똑히 보았소? 그가 정말 칼을 분질렀단 말이오 ?'
범방주가 말했습니다.
'걱정할 것 없네. 묘대협께서 그자를 상대할수 있을꺼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