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회는 또다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때와 달리 박근혜, 김기춘, 문재인, 추미애, 이 네 사람은 12년 만에 운명의 대척점에 서게 됐습니다.
권민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고성과 몸싸움이 난무한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탄핵 역풍이 한나라당을 옥죄자 박 대통령은 구원투수로 등판해 천막 당사를 세웠습니다.
80석 안팎이라던 예상을 깨고 17대 총선에서 121석을 확보하며 '선거의 여왕' 칭호와 함께 헌정 사상 첫 부녀 대통령이 됐지만, 이젠 최초의 피의자 대통령으로 탄핵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박근혜 / 한나라당 대표(2004년 4월) : 그래서 국민 여러분들이 이제 정말 믿고 의지하실 수 있는 당으로, 또 국민 여러분을 위한 일이면 행동으로, 실천으로 행하는 그런 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박 대통령 최측근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습니다.
대통령 출석과 심문을 요구하는 소추위원 자격으로 내내 호된 비판을 퍼부었지만, 지금은 특검의 칼날 앞에 서 있습니다.
[김기춘 / 국회 법사위원장(2004년 3월) : 우리 헌정 질서가 생긴 이후에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노골적으로 한 일은 일찍이 전례가 없습니다.]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 변호인단 간사로 방패 역할을 자임하며, 탄핵 부당성을 역설했습니다.
김 전 실장과 헌법재판소에 나란히 출석해 공박을 주고받던 문 전 대표는 유력 대선 후보로 박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습니다.
[문재인 / 변호인단 간사(2004년 3월) :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아주 중차대한 의결을 하면서 취해진 절차라는 걸 보면 좀 어처구니없을 정도이지 않습니까.]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했던 추미애 당시 새천년민주당 상임중앙위원은 사죄의 삼보일배까지 했지만, 총선에서 참패하며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스스로 가장 큰 과오라고 반성할 만큼 정치 인생에 오점을 남겼는데, 또다시 역대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습니다.
[추미애 / 민주당 선대위원장(2004년 4월) : 도와주십시오. 그래서 민주당을 다시 부활시켜서 정의로운 새로운 역사...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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