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이트 챙겼다. 남자도 그녀가 옷을 다 입은 기척이 느껴지자 자
신도 옷을 입었다. 하지만 연못에 이미 들어갔던 터라 물
가에 나왔을 때 그의 몸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
놀라움 반, 호기심 반으로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
정 앞에서 그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군요. 설마 이 밤, 이런 곳에서 목
욕하고 온라인경정 , 온라인경륜 《《 SUN Ma . mE 》》 있는 낭자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정은 경계심을 풀지 않고 남자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그는 자신과 나이가 같거나 한두 살 어려 보이는 청년이
었다. 이 산중에 혼자 오래 살았는지, 낡고 너덜거리는 옷
에 머리와 수염이 덥수룩한 차림새였다. 하지만 깊고 따뜻
해 보이는 눈매를 지니고 있었다. 이정은 안심이 되자 불
쑥 장난기가 들어 톡 쏘아붙였다.
"모르긴요, 어디서 훔쳐보고 있었던 거죠?"
"아니, 이런……."
청년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휘휘 손을 내저었다. 온라인경정 , 온라인경륜 《《 SUN Ma . mE 》》 건장한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행동이었다. 그는 얼굴 가득 난
처한 표정을 지으며 변명했다.
"전 5년 간 이곳에서 혼자 무공을 연마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막 떠나려는 맘을 먹은지라 마지막으로 목욕을 하려
다 이렇게……."
"5년이나 혼자 이곳에 있었다고요?"
이정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반문했다.
그렇게 긴 세월을 혼자 있을 수 있다니. 그것도 고된 무
공 수련을 견뎌내면서…….
역시 묘향산 산중에서 오랜 수련 생활을 거쳤던 그녀는
그 어려움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엄격하지만 인자한 사부가 곁에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 세월을 혼자 견뎌냈다지 않은가.
"설마…… 가끔 집에 다녀오곤 하셨겠지요?"
"천만에요!"
청년은 표정을 굳히며 진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전 뜻을 이루기 전까지는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맹세했
습니다. 그러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요."
이정은 자신보다 키가 머리 하나는 더 온라인경정 , 온라인경륜 《《 SUN Ma . mE 》》 큰 청년을 물끄러
미 올려다 보았다. 잡초처럼 마구 자란 구레나룻 수염 속
에 가려진 그의 용모는 상당히 준수했다. 아니, 준수한 것
보다도 그의 말에서 풍기는 것처럼 결연한 의지력과 용기를
느낄 수 있는 생김새였다.
그녀는 이내 늦추지 않았던 긴장을 풀고 빙그레 웃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이런 분한테 제가 괜한 의심을 품
었군요."
청년은 그녀의 오해가 풀린 듯하자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둘 다 흠뻑 젖었는데, 불을 지펴 몸을 말리도록
하지요."
그는 주위에 널린 삭정이들을 모아 부싯돌로 불을 당겼
다. 여름내내 바싹 마른 삭정이들은 툭툭 소리를 내며 잘
도 타들어갔다. 초가을 밤이라 서늘한 감을 느꼈던지 이정
은 스스럼없이 불가로 다가가 앉았다. 청년도 반대편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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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를 만들어 앉았다.
그녀는 청년의 단정한 몸가짐이 맘에 들었다.
"5년만에 만난 외부인이 뜻밖에 동족이라니 정말 반갑
군요."
그는 편안한 표정으로 이정을 바라보며 선선히 말을 붙
였다.
"제가 아직 성명을 밝히진 않았군요. 온라인경정 , 온라인경륜 《《 SUN Ma . mE 》》 전 왕삼이라고 합
니다."
그렇다. 그는 바로 폭포 뒤 무극동에서 5년간이나 무극
대법을 연공하던 왕삼이었다. 그는 그날 아침 그만 무극
동을 떠나기로 결심하였던 것이다. 이미 삼극진기는 완벽
하게 터득해냈고, 이제는 무극대법의 2단계인 일원지기(一
圓之氣)에 입문할 차례였다.
일원지기는 삼극에 모인 서로 다른 성격의 세 가지 진기
를 하나로 모으는 단계이다. 1단계의 기초가 충실할수록
2단계의 연공은 훨씬 쉬워지며, 삼극의 진기는 중극(中極)
인 자연지기가 있는 중단전으로 합쳐지게 된다. 하지만 언
제까지나 산중에서 무공만 수련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이었다.
무극대법을 다 익히려면 기재(奇才)라 하더라도 25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무극자는 말했었다. 그 오랜 세월을 동굴
에 박혀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소요문으로 가자. 지금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러면
강호에서 내 입지를 다질 수도 있을 테고, 그런 뒤에 내가
고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자!'
주름살 가득한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고려를 떠나
왔는데도 여전히 자신을 왕자처럼 떠받들던 노인들의 간절
한 표정도 떠올랐다. 그의 마음은 매우 침울해졌다.
'모두들 잘 계시겠지. 이 못난 놈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면서 모두들 아직 살아 계시겠지…….'
그렇게 착잡한 마음을 다스리려 그는 밤중에 연못에 뛰
어든 것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외로움과 회한이 엄습할 때
마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약해지는 마음을 달래곤
하였다. 그런데 오늘밤엔 예기치 않은 불청객이 있었던 것
이다.
왕삼은 새삼 다시 이정에게 눈길을 옮겼다. 당황하는 바
람에 얼굴을 살필 겨를이 없었음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녀
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경국지색(傾國之色)이 아닌가.
그저 세속적인 미모가 아니었다.
보면 볼수록 그 아름다움이 새로워져 눈길을 돌릴 수 없
는 특이한 미모였다. 그는 티끌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이정
의 살결과 그윽한 눈빛에 마음속까지 떨려
